결국 역시 나의 삶은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흘러가지 않았고
바라던 곳, 바라지 않았던 곳 어느 곳에도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즉, 진짜 백수..
남편과 엄마한테는 천천히 구할 거라며 의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점점 갈 곳이 없을 것만 같은 진실에 조급함이 미친 듯이 타올라 오고 있었다.
매일 시도 때도 없이 구인 사이트 이곳저곳 들락거리는 내 모습 속 또다시 이렇게 첫 시작점에 와있다는 현실이 크게 다가와 현타가 보기 좋게 왔지만 그럼에도 나는 현재의 현실을 부정할 수 없었기에 더욱더 수시로 사이트를 들여다보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분명 구인 공고는 이렇게 많은데..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이렇게나 없다니...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사실 속으로는 이것저것 다 따지고 있는 나의 모습을 모르지 않았다. 기준점을 내리고자 다짐하며 더 큰 눈으로 돌아보며 더 넓은 범위로 찾아보게 되었다.
그러다 한참 전부터 이미 발견했던 곳, 집에서도 아주 가깝지만 왠지 가고 싶진 않아 지원하지 않고 지원 버튼을 망설이고 있었던 그곳에 지원서 버튼을 꾹 눌러버리고 말았다
그곳은 거의 소아과에서만 일 했던 내가 감당하기엔 상당한 부담감이 느껴지는 산부인과였으니.... 정말 한참을 망설였지만 끝내 나는 이곳에 희망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감출 수 없었다.
지원서를 넣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곳에서 온 면접제의 연락.
좋지도 싫지도 않은 미지근한 마음과는 달리 숨에서부터 느껴지던 뜨거운 날씨 속 병원 입구 앞에서 그 주위를 몇 번이나 빙빙 돌았는지 모르겠다.
들어가려다가도 이미 입구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강한 느낌이 쉽사리 들어가지 못하게 했고..
정말 그 앞에 서서 그냥 면접을 보지 말까? 하는 갈등을 계속해서 느끼고 있었지만 이곳이 아니면 다른 곳을 찾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거라는 두려움과 면접조차 보지 않고 포기했을 때 뒤에 올 찝찝함이 결국 발이 움직였고 했고 어느샌가 그 안에 들어가 있었다.
5층으로 이어져 쭉 하늘높이 올라가 있는 그곳
1층 데스크에선 세명의 사람들이 입구 앞에 들어선 나를 보며 의식적인 친절함으로 인사를 건네는데.... 난 그 세명 중 한 명의 직원에게 쭈뼛거리며 다가가 면접을 보러 왔노라 말을 했다.
맞은편에 보이는 의자에 앉아 기다리라는 말 끝으로 마주 보는 구조의 자리에 앉아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척햐며 핸드폰을 만지고 있었고 조금 지나 팀장이라는 사람이 계단에서 내려왔고 조용한 공간으로 이동한 뒤 마주 앉아 면접이 시작 됐다.
첫 대화의 시작이 본인은 물 흐리는 사람은 뽑고 싶지 않다는 말이었고 강한 말투 속 기분이 그다지 좋진 않았지만 나 또한 사람이 힘든 것만큼은 버티지 못하는 사람이기에 그 말을 넓게 생각하고자 했다.
그러면서 이곳의 직원들은 다 좋다는 소리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장기근속을 했다는 내가 가장 바라던 안정이 되는 이야기에 나 또한 그 장기 속에 포함되고 싶은 욕망과 그럴 수 있을 것만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언제부터 나올 수 있냐는 물음에 주말 쉬고 다음 주부터라 말하니 일할 거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묻곤 내가 일하겠다고 하면 더 이상 면접을 안 볼 거라는 강하고도 듣기 좋은 말에 어느 순간 일을 하겠다고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가장 중요한 돈 이야기는 언제 하는지? 생각하던 찰나 원무과를 알려주며 그곳으로 가서 급여와 필요한 서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라고 하며 그 자리에서 일어났고 분위기가 나쁘진 않을 거 같다고 상상하며 지하에 있는 원무과로 향했다
월급을 너무 깎아내린 건 사실이지만 어디서부터였는지 나는 이곳이 싫진 않다고 이미 느끼고 있었고 자연스레 출근 날짜와 필요한 준지 서류들을 챙기고 있었다.
정말 한 번도 생각하지도, 해보지도 못했던 산부인과 취업.
내 인생에 산부인과란, 오로지 출산을 위해서만 발걸음을 내딛던 곳이었는데 이젠 그 발걸음이 내 또 다른 앞길이라고 생각하니 참 인생은 아이러니라는 말이 딱 맞는구나 싶고 그러면서도 이게 맞는 인생인가 싶기도 한 거 보니 나는 아직도 단단해지려면 멀었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