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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계획된 우연 Oct 10. 2022

운명을 따라갑니다

사색

나는 글 쓰는 게 너무 재밌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

리듬에 몸을 맡기는 사람..

숨 쉬듯 음악을 만들어내는 사람..

수학 문제 푸는 데 미친 사람..


모두 저마다의 재능을 지니고 살아간다. 누군가에게 글 쓰는 것이란.. 그저 일상의 사진 몇 조각에 얹어 놓는 부연 설명 같은 소소한 기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는 이 글이란 게 그림이고, 춤이고, 작곡이고, 수학 문제라는 걸 깨달았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회사 다니고 각종 모임에 나가는 그런 삶을 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지만.. 그 모든 것을 뒤로하고도 나와 가장 오랜 시간 합을 맞추고 동반자가 되어준 건.. 결국 글이었다. 그리고 이 글이란 놈은 결국 감정의 연장선이자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사람들은 내게 생각이 너무 많다고 했다.

생각이 많다는 게 뭘까?


생각이 많다는 건 쓸데없이 뜬구름이나 잡는 허황된 망상으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아니다. 보통 사람들보다 더 많이 보고, 듣고, 느낀 것에 대해 다른 각도로 더 깊이 생각을 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에게 세상을 대하는 촉수가 5개쯤이면, 나 같은 사람은 500개쯤 있다고나 할까?


게다가 이건 그만큼 두뇌회전이 빠르게 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끔 넘쳐나는 생각을 말로 다 담지 못해 말이 띄엄띄엄 나와 앞에 있는 사람을 당황시킬 때가 있다. 말 한마디에 생각은 벌써 열 마디가 쏟아졌으며, 그 속도는 빛을 추월해 벌써 안드로메다를 찍고 돌아왔기 때문이다.


성장의 과정에서 생각이 많다고 핀잔을 받으며 자존감을 깎아먹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정말 내가 문제가 있다고 인지했을 정도니까. 그런데 그 넘쳐나는 생각들을 주체 못해 글로 담기 시작했고.. 한두 줄 남기려던 글은 문단이 되고, 기나긴 자아성찰의 에세이가 되기 시작했다.




길고 길었던, 모질고 모질었던 풍파를 거쳐 나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정해진 시스템 속에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그런 일은 나에게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누군들 그런 일이 맞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지독하게 머리 굴리는 일을 하며 살아야 할 운명이었다.


치열하게 a부터 z까지, 1부터 100까지..

싸인, 코싸인, 탄젠트 이런 거 말고,

온 사방에 알록돌록 물감 튀는 그런 것도 말고,

나나나나나나~ 하며 둠칫둠 이런 것도 말고..


글 쓰는 일.

글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표현해 내는 일.

글로 계산하고,

글로 그림을 그리고,

글로 노래하는 일.


글로 이 세상에 없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일!

나는 그런 일을 해야 할 운명이었다.


그렇게 길고 긴 세월을 돌고 돌아.. 나는 이제 제대로 된 나의 글을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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