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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실 Oct 12. 2024

공개 수업 속 공개 이벤트

깜짝 영상 편지

<학부모 공개 수업>

수업이라는 단어 앞에 ‘공개’라는 단어가

더해지니 은근한 부담감이 밀려왔다.

수업을 진행하는 내가 긴장하게 되면

과연 아이들에게 즐거운 수업이 될 수 있을까.

학부모님께서 시간을 내어 참석해 주셨는데,

서로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그래서 긴장과 부담을 내려놓고

즐겁고 편안한 마음으로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응원’이라는 주제를 정했다.

이번 달에 아이들과 함께 독서와 실천을 통해

다뤄온 친근한 주제이기도 하고,

우리는 서로를 보이지 않게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번 수업에서는 모두가 함께

그 응원을 느끼기를 바랐다.

아이들, 학부모님, 그리고 교사인 나.

모두가 서로를 응원하고 응원받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 되었으면 했다.

학부모님과 아이들이 함께 있는 특별한 날

깜짝 이벤트를 준비하기로 했다.


바로!

서로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영상 편지

수업 중간에 넣기로 결심한 것이다.


학부모님께는 아이들에게 전해줄 메시지를

영상 편지로 담아 주시도록 부탁드렸고,

부담이 되신다면 목소리만

녹음해도 괜찮다고 말씀드렸다.


아이들과는 부모님께 전할 메시지를 녹음했다.

문장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친구들은

한 글자씩 따로 녹음을 하여 이어 붙였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수업에 와주신

부모님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도록

장미꽃 한 송이씩을 준비해 주었고

수업이 끝난 후에 전달하기로 했다.


그리고 수업의 마지막에는 수업 정리와 함께

내가 아이들과 학부모님께 전할

응원 메시지를 준비했다. 이렇게

서로가 모르는 깜짝 이벤트가 준비되었다.


공개수업을 활용한 깜짝 이벤트를 계획하고

학부모님께 안내장과 초대장을 보냈다.


감사하게도 학부모님들께서는 모두 참석해

주시기로 하셨고, 모든 분이 동영상을 보내주셨다.

나는 수업 준비를 위해 보내주신 동영상을

열어보았고, 보는 내내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렀다.


떨리는 표정으로 아이들에게

전할 말을 읽어주시는 모습,

멀리 타국에 계신 아버지의 목소리,

귀여운 동생들의 깜찍한 응원 메시지.


그 영상을 보자마자 터져버린 눈물은

눈물샘에서 더 이상 퍼낼 물이 없을 만큼

하염없이 쏟아졌다. 다시 보고 또 보며

수업 당일에는 절대 울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수업 준비를 마쳤다.


드디어 공개 수업 당일이 되었다.

첫 번째 활동은 친구들과 서로에게

응원볼을 만들어보는 시간이었고,

대망의 두 번째 활동 시간이 되었다.

"여러분을 위한 응원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라는 문구가 TV 화면에 떴다.


아이들은 모두 어리둥절해했고, 영상이

시작되자 반가운 부모님과 형제자매의

등장에 눈이 반짝였다. 부모님들께서는

첫 영상부터 이미 눈물을 흘리고 계셨다.

나도 애써 울음을 참았지만,

또다시 눈물샘은 넘치고 말았다.

그러다 동생들의 귀여운 응원 영상에

모두 눈물을 머금은 채 웃음을 지었다.


이제는 우리의 차례! 우리 아이들이

부모님께 전하는 메시지가 이어졌다.

이번엔 아까와 반대의 장면이 펼쳐졌다.

우리 아이들은 알고 있는 영상에 반가움이

가득했고, 부모님들은 "이 영상은 뭘까?"

하며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으셨다.

영상을 틀자, 들려오는 내 아이의 목소리에

부모님들은 다시금 눈시울이 붉어지시며

대견한 미소와 함께 눈물을 글썽이셨다.


영상이 끝난 후, 아이들은 학부모님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장미꽃을 전달했다.

서로를 꼬옥 안는 모습을 보며

나에게도 평생 잊지 못할 장면이 새겨졌다.


마지막으로 활동을 정리하며,

나는 아이들과 학부모님께 마음을 전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너희를 응원하고 있어.
너희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야.
너희를 만난 건 선생님에게 기적이야.
그리고 학부모님, 그 기적을 저에게
선물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인사를 마치고 수업은 마무리되었다.

학부모님들의 박수가 이어졌고,

미처 마르지 못한 눈물이 서로의 얼굴에

오늘의 감정을 적어 내려가고 있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별한 당신에게>
여러분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입니다.
여러분과 제가 만난 것 또한 기적이지요.
분명 주변을 둘러보면 나를 응원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저 또한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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