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친 모습
한 아이가 놀란 눈으로 나를 본다.
저 거울 속에 내가 있어요. 잘못 봤나 싶어 들키지 않게 살금 거울을 다시 보다 서로 눈이 마주쳤어요. 아무리 소리 나지 않게 몰래 봐도 아나 봐요. 매번 그도 놀라고 나도 놀래요. 거울 속에 있는 줄도 몰랐지만, 알고 나서는 그가 계속 거기에만 있을까 봐 걱정되고 불쌍해 보여요. 이젠 어딜 갔겠거니 해서 보면 또 거기에 나타나요.
왜 걔를 빼내고 싶어? 거기서 나왔으면 좋겠어?
네. 그 속에만 있으면 갑갑하잖아요. 꺼내주고 싶어요. 빨리 나왔으면 좋겠는데 그래서 혹 나왔는지 몰래 넌지시 얼핏 보면 아직도 거기에 있는 거예요. 처음부터 나를 보고 있었다는 듯이. 내가 어떻게 할지도 미리 아나 봐요.
그 속으로 네가 들어갈 수 없어 답답해?
그래요. 그는 나올 수 없나 봐요. 그래서 내가 들어가 데려오려 해도 벽이 막아요. 내가 손을 뻗을 때 그가 좀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는데, 내가 손을 뻗으면 그도 같이 손을 뻗으니 서로 손이 닿아 내가 들어갈 수가 없어요. 야, 너 그냥 그대로 있어봐. 똑같이 따라 하듯 움직이면 어떻게 하냐. 내가 들어가든지 네가 나오든지 뭐라도 해봐야 할 거잖아. 근데 걔는 모습은 있어도 목소리는 없나 봐요. 소리를 내지는 않아 보여요.
거울 속 너는 네가 확인하려 할 때 늘 거기에 있지.
그럼 항상 거기에 있는가요?
네가 궁금해서 볼 때면 그도 항상 만나줄 거야. 그러니 둘이 같이 잘 지내. 그대로 두고, 보고 싶으면 가끔 만나기도 하고. 그를 위해 뭔가를 한다는 게 별로 효과가 없을 거야. 네가 뭘 하든 또 그게 정말 그를 위한 것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러니 네가 들어가려거나 그를 빼내려 애쓰지 마. 이대로 좋지.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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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그와 산을 내려오다 산마루 능선을 지나는데 아이가 멈칫한다. 해가 기울기 시작하고, 골짜기가 어둡다.
왜? 무서워?
원래 그림자는 나랑 가까이 내 발에 붙어서 누워있잖아요. 까만색으로.
그래. 대체로 그럴 거야.
그런데 여길 지나가면 내 그림자가 저쪽 멀리에 떨어져요. 그림자가 저기 낭떠러지에 떨어지면 안 될 것 같아요. 그래서 그림자가 멀리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빨리 달려가려요.
멈춘 그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호흡을 참더니 앞만 보고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