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낳기

-10년 육아 휴직기-

by 키다리쌤

스위스에서 쌍둥이를 임신해서 한국으로 왔다. 스위스 산부인과 병원을 다니면서 이곳에서 쌍둥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먼 타향에서 아기 낳는 것이 뭐가 좋겠냐마는 스위스는 보험이 잘 되어 있어 아기 낳는데 드는 비용이 거의 없었다. (출산은 공짜로 할 수 있었다 / 1편 '스위스에서 아기 낳기' 참고)


한국으로 오기 전 쌍둥이가 (뱃속에서 3~4개월일때쯤) 수혈증후군이라는 질환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수혈증후군은 뱃속의 일란성 쌍둥이 사이에서 한쪽 태아의 피가 다른 쪽 태아에게 넘어가 둘 다 위험해지는 질환이다) 스위스의 산부인과 부장 의사는 산모인 나와 쌍둥이들을 위해 대학병원에 연락하며 여러 방면으로 수혈증후군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리가 한국으로 떠난다고 하니 얼굴이 활짝 피어난다. 근심하던 일이 하나 사라진 사람처럼 말로는 아쉽다고 했지만 나는 그 미묘한 미소를 보고야 말았다.


한국에서는 수혈증후군을 해결하기 위해 돈이 얼마나 들지 어떤 병원을 찾아가야 하는지 일일이 산모인 내가 찾아서 가야 하는데 스위스 산부인과 병원에서는 의사들이 알아봐서 대학병원에 예약을 잡아 산모와 아기를 대학병원에 보냈다. 당연히 스위스 의료 시스템이 더 듬직해 보였다.


그러나 남편의 교육이 끝나고 우리는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쌍둥이를 낳으려고 보니 남편이 살고 있던 교통편이 불편한 강원도 시골에서 낳을 수가 없어서 그나마 서울 근교 경기도에 사는 친정에서 낳기로 했다. 병원은 동네 산부인과 병원을 다니다가 출산이 가까워질 무렵 쌍둥이 출산으로 유명하신 전종관 교수님이 계신 서울대병원으로 옮겼다. 오전에 진료를 받으러 갔다가도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오후에 진료를 받게 되기도 했는데 꾸역꾸역 서울대병원으로 진료받으러 갔다. 처음 진료를 받으러 갔을 때 첫째를 한국에서 제왕 절개하고 둘째는 스위스에서 자연분만으로 낳았다고 말씀드렸었는데 쌍둥이 자연분만을 용기 내 보신다고 하셨었다. 쌍둥이가 뱃속에서 8개월 되었을 무렵 어느 날 갑자기 양수가 터져 새벽 2시에 구급차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갔다. 그런데 그 시간에 자기 환자라는 이유만으로 아이를 받으러 교수님이 나와 계셨다.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쌍둥이를 바라보며 기나긴 기다림에 쌍둥이 자연분만이라는 훈장을 받은 느낌이었다.

(급한 출산으로 인해 분만실로 들어갈때만 해도 레지던트 선생님들이 분명 아기 발이 보인다고 하셨는데 자연분만으로 출산하도록 유도하신 것도 이제 생각해도 미스테리이다.)


엄마 배를 뻥 차고 나온

셋째와 넷째는 딱 내 손바닥만 했다.

작디작은 아기들 둘을 보고 있자니

만감이 교차했다.


그러나

나의 기분과 의사와 관계없이

32주 그리고 5일 만에 나온

셋째와 넷째 팔삭둥이들은

인큐베이터로 직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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