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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섭 Jan 30. 2023

시 : < 이상한 바람 >

< 이상한 바람 >

돌, 이종섭


시청 앞을 지나 덕수궁을 돌아가며
속삭이듯 바람부는 날이었습니다.

여인은 선녀처럼 아름다웠고
꽃 파는 아주머니들은
그들의 다정을 시샘했습니다.
방송국에 이르기까지 따사로운 햇볕은
앞길을 안내하며 행복을 기원했지만
시기하던 운명이 그들을 갈라 놓은
저주스러운 어느 가을 날
소리치며 나무를 흔들던 바람은
가을비에 젖은 단풍잎을 떨어뜨려
몸부림치는 두 어깨를 위로하였습니다.

떼밀리며 살아온 세월,
남자는 첫 키스의 전설을 찾아
제2한강교 아래 뚝방으로 달려갔지만
그 곳에는 하얗게 쉬어 버린 갈대만이
그리움에 지쳐 흐느끼고 있었습니다.

또다시 바람이 남자 앞을 지나갑니다.
가을이 무척 깊었습니다.
알 수 없는 소리로 중얼거리며
때마다 지나가는 저 바람은
결코 예사스런 바람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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