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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섭 Jan 30. 2023

시 : < 구멍난 주전자 >

< 구멍난 주전자 >


이종섭


뜨거워진 주전자 속에서

고요하던 한잔의 물이 끓었다.


격정이 거듭될수록 분리되는 객체는

허공 속 어디론가

슬금슬금 달아나고 있었다.


현실도 파악 못한 눈 먼 주전자는

바닥이 나자 혼자 애태우며 붉게 달궈졌지만

끝내는 꺼져가는 불과 함께

숯덩이처럼 검게 주저앉고 말았다.


주전자는 데우기 위해 존재하며

물은 사라지기 위해 끓는 것


적당히 데우다 말 것이지

시기를 놓쳐버린 흉한 몰골의 주전자엔

어떠한 물도 다시 데울 수 없이

헛바람만 숭숭 들락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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