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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섭 Jan 10. 2024

시 : < 고목의 번뇌 >

< 고목의 번뇌 >



고목 위의 낡은 숲 속엔

고약한 벌레들이 집을 짓고 산다.


멀리서 보면 여름 산처럼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올 것도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군데군데 희망 잃은 누렁잎들,

멋없이 늘어지는 나뭇가지는

골다공증을 앓는지 오래고

실어온 옛 바람엔 쓴 냄새마저 풍긴다.


눈치 없는 달빛이 속을 들추면

유난히 커지는 잎사귀의 울음소리,

긴 밤 힘겹게 견뎌야 한다.


아, 누가 잔가지 좀 잘라다오.

날마다 알을 까는 벌레들과

복잡하게 썩어 가는 잎사귀들을

산뜻하게 솎아 내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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