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목의 번뇌 >
고목 위의 낡은 숲 속엔
고약한 벌레들이 집을 짓고 산다.
멀리서 보면 여름 산처럼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올 것도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군데군데 희망 잃은 누렁잎들,
멋없이 늘어지는 나뭇가지는
골다공증을 앓는지 오래고
실어온 옛 바람엔 쓴 냄새마저 풍긴다.
눈치 없는 달빛이 속을 들추면
유난히 커지는 잎사귀의 울음소리,
긴 밤 힘겹게 견뎌야 한다.
아, 누가 잔가지 좀 잘라다오.
날마다 알을 까는 벌레들과
복잡하게 썩어 가는 잎사귀들을
산뜻하게 솎아 내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