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군분투 서른살 Aug 02. 2023

순례길 돌입 전 리스본에서

05. 리스본에서의 하루

공항에서 힘든 노숙을 끝내고 파리에서 2시간 30분 간 비행기를 타고 포르투갈 포르투라는 도시에 도착했다. 

포르투갈 길을 걷는 대부분의 순례자들은 인프라가 잘 갖춰있는 포르투부터 시작하지만 

나는 시간도 여유롭고 오래 걷고싶어 일부러 리스본부터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이 말인 즉슨 포르투에서 리스본까지 버스를 타고 5시간을 더 가야한다는 뜻.


포르투 버스터미널로 이동해서, 예매해둔 alsa버스를 타고 리스본으로 향했다.

높은 건물이 없어 사방이 탁 트인 멋진 풍경을 보며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냈다. 


숙소는 처음으로 도미토리 호스텔을 이용해보았는데, 씻고 쉬는게 조금 불편했지만 여러 나라 사람들과 

얘기도 나누고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는 게 메리트였다. 

사실 그리 저렴한 가격도 아닌 것이 6명이 쓰는 도미토리에 4만원이 넘는 가격!


40시간 만에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늦은 점심을 먹으러 나갔는데 포르투갈과 스페인 대부분의 식당은 14시부터 19시까진 시에스타라 운영 안한다고 한다. 오 마이 갓


차라리 저녁을 맛있는 걸 먹자는 마음으로 배고픈 배를 움켜 잡고 리스본 이 곳 저 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색색의 벽과 푸른 하늘이 너무 멋졌다. 


리스본은 골목길이 참 많았다. 지붕의 색은 오렌지 색으로 같지만 벽은 건물주 마음대로 어여쁜 색으로 칠해져 있다.

정처 없이 걷다 옆을 보니 하늘과 구분이 안될 만큼 푸른 바다가 보였다. 

리스본 전경을 볼 수 있다는 전망대로 항하던 길에 트램이 다닐 수 있는 철도가 깔려 있다. 

우리나라에선 볼 수 없는 돌 길과 철 길이 이색적이라 느껴졌다. 

전망대에는 처음보는 짙은 분홍색 꽃이 피어있었다. 그리고 벽엔 *아줄레주 장식이

*포르투갈의 황제 마누엘 1세는 그라나다 알람브라 궁전에 갔다가 타일 장식에 매료됐다고 전해지는데, 포르투갈에 돌아온 후 자신의 왕궁을 아줄레주로 장식하기 시작하면서 이 아줄레주 장식이 전국적으로 크게 유행하기에 이르렀다  

[네이버 지식백과] 포르투갈의 아줄레주 (포르투갈 여행, 이지 스페인 포르투갈, 이지 유럽, 강혜원)


전망대에서 내려와 파리에서와 마찬가지로 네이버 카페 유랑을 통해 20대 중반의 여자분과 맛있는 저녁을 먹기로 하였다. 

잉글랜드로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끝난 뒤 4개월 간 세계여행을 하고 있다는 멋진 분이었다. 

혼자 다니는게 무섭지 않으냐 물으니 무서울때도 있지만 즐거움이 더 크다는 얘길 해주었다. 

나도 저런 마음가짐으로 순례길을 걸을 수 있겠지? 

뽈포라는 부드러운 문어 구이와 먹물 파스타, 그리고 그린와인까지 

완벽하고 배부른 저녁을 먹었다. 


이야길 나누다 보니 어색하지도 않고 대화도 잘 통해서 내친 김에 야경도 보고, 와인 한 잔을 더 하기로 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슈퍼 I라 친한 친구들이랑도 잘 안보는 나인데, 외국에 나오니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화려한 야경은 아니지만, 소담스러운 야경이 매력적이었던 포르투갈 

동행분과 서로 좋아하는 노래 한 곡씩 들었다. 

내 선곡은 if the world was ending

스페인 옆 국가 오면 ZARA는 국룰, 자라에서 산 점프수트와 함께 사진도 남겼다. 


야경을 보고 내려와서 가까운 곳에서 와인 한 병을 마셨다. 

11시가 넘어 가니 대마 냄새도 많이 나고 술 취한 사람이 많아 택시를 타고 호스텔로 돌아왔다.


내일은 리스본 대성당에서 순례자 여권(크레덴샬)을 받고 순례자 호스텔(알베르게)로 간다. 

이젠 관광객이 아닌 순례자!

잘 해낼 수 있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드디어 떠난 산티아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