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쟁취 작전 7

텃밭 쟁취 작전 7

by 불량품들의 사계

텃밭 쟁취 작전


집 앞에 있는 텃밭을 성길씨에게 몇 평만 달라했다. 그는 “안 돼요” 바람을 갈랐다. 나는 상상도 못 한 말을 듣고 황당했다. 내가 이사 와야겠다고 맘먹은 것 중 텃밭도 한몫했다. 내 집 앞에 딱 자리 잡은 텃밭은 누가 봐도 내 밭이었다.

한 십 년 살면서 저 푸른 초원에 집을 짓는 대신 봄이면 텃밭에 상추씨를 뿌리고 겨울이면 내가 심은 배추로 김장을 해 김장독을 묻으려고 했었다. 그는 내 김칫국에 찬물 한 양동이 확 끼얹어버렸다. 그렇다고 ‘내가 포기할 것 같으냐?’


마침 병무 오빠랑 재만 동생이 집에 놀러 왔다. 마당에서 장어를 굽던 그들은 집주인에게 내가 미혼임을 알리기로 작전을 짰다. 재만 동생이 소주 한잔하자고 그를 불렀다. 그는 평상 앞에 서서 소주 서너 잔을 받아 마셨다.

“야 혼자 살면서 뭘 얼마나 먹겠다고, 걍 상추 사다 먹어. 밭은 무슨.

병무 오빠는 원래 하루에 한마디 할까? 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하루치 말을 여기서 다 하고 있었다.

“그래요, 필요한 거 친구들한테 사 오라면 되지.”

재만 동생이 옆에서 거들었다.


그동안 집주인은 진짜 혼자인 여자인지 긴가민가 했었다.

내가 혼자라는 말에 집주인 표정이 달라지고 있었다.

장어를 씹던 집주인은 몸을 돌려 밭 한가운데 있는 막사를 젓가락으로 가리켰다.

“저 막사 앞까지만 하세요.”


그는 내가 혼자 산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술김에 이 말을 해버렸다. 그는 쓰나미처럼 밀려와 마당을 휘젓고 다니는 여자들도 생각났을 것이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내가 이사 온 후 노모가 여자 꼬임에 빠지지 말라고 집주인 성길씨에게 단단히 교육했다고 했다.

‘아니 여자 꼬임에 빠졌다고 치자. 땅을 파갈 거시여 어쩔 거시여. 글고 넘어가야 아들이 장가를 갈 것 아니여.’




삽질


간발의 차이로 생강나무가 꽃을 피웠다.

집 근처에서 주운 돌로 밭 테두리를 만들었다. 돌에 보라 연두 노란색으로 칠을 했다.

성길씨는 담배를 태우며 수돗가에서 나를 보고 있었다

"내 밭 다 허면 사장님 밭도 해 주께요."

"됐어요. 술 취하면 돌에 걸려 넘어져요."

그는 퉁명스럽게 말을 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산이랑 햇빛을 받으며 평상에서 점심을 먹었다. 산이는 주인집 고양이를 보자 내 등 뒤로 숨는다. 수저를 놓고 이사 온 후 처음으로 상추씨를 뿌리려고 주인집 연탄창고에서 삽을 가져와 땅을 파고 있었다. 주인 성길 씨는 마당가 너럭바위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보통 남자들은 이럴 때 삽을 빼앗아 흙을 뒤집어 주는디’ 아직은 주인 성격을 파악하지 못해 파달라고 들이대지도 못하고 허리가 휘도록 삽질을 했다.


나는 시골 출신이라 삽질을 좀 했고, 그동안 서울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근처에서 주말농장을 할 때 삽질을 해서 요령은 있다.

주인 성길 씨가 도저히 안 되겠는지 삽을 달라고 했다. 오직 흙을 파헤치면서 살아온 사람처럼 그는 발로 삽을 팍팍 눌러 땅을 팠다. 서너 삽 팠을까.

“사장님 끝까지 파주쑈.”

나는 밭 끝에 서서 신나서 말을 했다. 나는 주인 성길씨를 사장님이라고 불렀다. 성길씨는 나를 아가씨, 옆집, 사장님이라고 그때그때 상황 따라 불렀다. 호칭은 일단 정리가 됐다.

“내가 왜요?”

그는 삽을 밭 한 가운에 턱 꽂고 나가버렸다. 너럭바위 옆 파란색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웠다. 집 세금 영수증을 나에게 보여주며 흔들었다. 나 놀리려고 영수증을 매일같이 갖고 다니나?

그는 “땅이 삼백 평 되니까 땅값만 30억쯤 되나?”

나 들으라고 한 소리다.

‘그래서 내게 땅 몇 뙈기 떼 준다고요?’ 묻고 싶었다.


이곳으로 이사 오기 전 집 공사 할 때다. 성길씨 친척이 왔었다. 주인은 그날도 나에게 세금 낸 영수증을 보여주었다. 그때 성길씨 친척 남자가 말했다.

“형! 집 하나 있는 거 이 여자한테 날리는 것 아니여?

그날 같이 있었던 사람들 다 웃었다. 성길씨만 웃지 않았다.


남자의 힘으로 볼 때 일도 아닌 것 같은데 힘들다고 의자에 앉아 담배 피우고 돈 자랑질하고 있는 게 영 시원찮아 보였다.

삽보다 못한 손을 어디다 쓰까.”

나 혼자 땅 뒤집느라 어깨뼈 나가는 줄 알았다.

그는 츄리닝을 새로 사 입은 것을 자랑이라도 하듯 다리를 풀고 일어서서 기지개를 켰다. 삽을 밭에 꽂아놓고 나와 옷을 털었다. 저렇게 돈 자랑을 하고 싶다는데 박자를 맞춰주었다.

“아따 사장님 부자여서 곧 장가가겄네요” 나는 이 말을 하고 집으로 냅다 들어왔다.

다음날 아침 성길씨 밭 가에 벽돌과 돌로 테두리가 둘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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