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클럽에서 부킹 백 프로를 달성하지 못하면 불명예로 알았다. 우리는 다들 키가 컸다. 나만 작았다. 그래서 나는 눈에 띄지 않아 무대 바깥쪽에서 춤으로 승부를 걸었다. 나는 흥을 주체 못 해 디제이박스 무대로 뛰어올랐다가 웨이터에 끌려 내려왔었다.
모델 같던 그녀들이 무대에 서 있기만 해도 클럽은 뒤집어졌다. 한술 더 떠서 미선이는 고글을 쓰고 무대에서 긴 머리카락을 날렸다. 그 모습을 보고 남자들이 가만히 있었겠는가. 우리 담당 웨이터는 강호동이었다. 손목이 불이 났다. 하지만 우리는 웨이터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것을 싫어했다. “내가 술값 내고 노는데 이게 뭐여” 그래서 부킹 하려는 그들에게 우리 테이블로 술을 가져오라고 했다. 순식간에 테이블이 맥주로 가득 찼다. 간혹 양주도 있었다. 나는 뿌듯했지만, 테이블에 술을 보고 홀짝거릴 뿐 내 주량만큼 마시지는 않았다.
“이제는 헤어져 이다음에 또 만나요” 노래가 나올 때까지 우리는 춤을 췄다.
그런데 클럽에서 말짱하던 내가 밖에 나오면 취해있었다.
“언니 그때 왜 막판에 취했어?”
그 시절 심은하보다 이쁘다고 소문난 옥경이가 물었다.
“아따, 나올 때 테이블에 있는 술이 아까운 께 막 따서 들고 마셨지. 그래서 밖에 나올 때쯤 헤롱거렸고. 클럽에서는 니들 지키느라 나쁜 손 골라내느라 술을 안 마셨고.”
“우와 정말? 우리를 지킨 거야? 이 시점에서 거언배!”
다들 마시고 난 술잔을 머리에 털었다.
“언니, 언니가 오락가락할 때 부킹 뿌리치던 남자들이 문밖에 서 있었잖아. 결국은 그 남자들 피해서 우리가 언니를 택시에 태워 미선 언니네로 왔잖아.”
옥경이는 별것을 다 기억했다.
우리는 클럽 가는 것이 시들해졌다.
어느 날 차를 타고 클럽을 가는데 신호에 걸렸다. 시동이 꺼졌다. 빨간색 차는 자동차 병원 가서 영원히 돌아오지 못했다. 견적이 차값보다 더 나왔다. 차도 우리도 체력에 한계가 왔다.
노는 것도 다 한때였다.
영원한 청춘이 어디 있을까. 그 시절을 생각하면 참으로 계산 없이 즐거웠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 이야기를 술에 타서 마시는 동안 해가 붉어지고 있었다.
“벌써 해가 산 뒤로 숨어 부렀어야.”
그녀들은 집에 간다고 대충 그릇들을 치웠다. 파장 분위기였다.
“느그들 저녁밥도 해 먹고 자고 가라.”
나는 지는 해를 산꼭대기에 묶어 놓고 싶었다.
“오늘만 보고 안 볼 사람처럼 그러지 마. 이제 자주 보게.”
노을보다 빨개진 얼굴로 미선이가 말했다. 동생들은 대리를 불렀다.
“언니 얼른 들어가 그렇게 서 있으니 기분이 이상하네.”
미선이는 산 밑에 나를 혼자 두고 가는 게 마음에 걸렸나 보다.
“내 걱정은 허덜 말고 느그들이나 잘 들어가.”
우리는 길가에서 원투 스텝을 한 번 더 맞추었다.
나는 인제 술도 노래도 춤도 안되지만 언제든지 발을 맞출 수는 있다고 말했다.
나는 차가 골목 귀퉁이를 돌아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두 손을 흔들었다. 누구라도 왔다 가면 모퉁이를 돌아설 때까지 손을 흔드는데 오늘은 또 다른 감정이었다. 집으로 들어와 평상에 어지럽혀진 그릇들을 치우고 나자 마음이 큰 잔치 뒤보다 더 허전했다.
밤바람을 맞으러 마당에 나갔다. 핸드폰으로 라디오를 켰다. 전기헌의 <세상의 모든 음악 93,1 헤르츠>에서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잔돌을 발부리로 톡톡 찼다. 호두나무 가지 사이로 별들이 몇 개 반짝거리고 있었다. 허공에 수많은 길을 내면서 희미한 별을 따라 빈 곳을 찾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