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를 받쳐준 사이 5

엉덩이를 받쳐준 사이 5

by 불량품들의 사계

엉덩이를 받쳐준 사이


가게 일을 끝내고 새벽 세 시에 집에 왔다. 일하러 나갈 때 강아지 산이가 아팠었다. 비번을 누르고 문을 열려는 데 꼼짝도 하지 않았다. 출근할 때 방에 열쇠를 두고 문손잡이 배꼽을 누르고 문을 닫아 버린 것이다. 전자키였지만 비번만 안다고 문이 열리지 않았다.

유리창 안으로 집안을 들여다보았다. 산이는 발소리가 나자 계속 울었다. 연탄불을 갈고 산이를 부르다가 추워 차 안으로 들어갔다. 새벽이라 차 안에 한기가 돌았다. 산이의 울음소리를 듣자 빨리 산이를 병원에 데려가야만 했다. 성길씨 방에 불 켜지려면 아직 세 시간이 남았다. 혼자 라디오를 듣고 별 쇼를 다 해도 시간은 왜 그리 더디게 가는지.


드디어 6시가 되자 성길 씨 방에 불이 켜졌다. 곧바로 전화했다. 상황을 듣던 성길씨는 현관문을 따주고 나면 자신의 출근이 늦을까 망설였다.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더니 하필 오늘 일 나갈까. 그렇지만 내가 누군가! 방범창을 뜯어내자고 하였다. 산이는 내 목소리가 들리니까 다시 낑낑거렸다. 나는 애가 탔다.

성길씨는 창고에서 드라이버를 가져와 방범창 나사를 풀었다. 나는 방범창을 뜯어내자 창문으로 올라서려 했다. 나의 짧은 다리는 올라서지를 못하고 발뒤꿈치만 들었다 놨다가를 반복했다. 성길씨는 처음에는 손으로 내 엉덩이를 살짝 미는 듯했지만 멈칫했다. 출근 시간이 임박해 오고 있었다. 그는 “어허 아” 소리를 계속했다.

나는 손을 창틀에 짚고 폴딱 뛰기만 몇 번 했다. 만약에 그가 없으면 창문 앞에 서 있는 호두나무에 왼발을 대고 두 손으로 창틀을 잡고 오른발을 창틀에 들어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여자가 억세게 별것 다하네, 그가 생각할까봐 망설였다. 그는 이런 나를 보고 도저히 안 되겠는지 바둥대고 있는 내 엉덩이를 두 손으로 번쩍 들어 창틀에 앉혔다. 나는 다리를 창안에 내리고 앉았다.


그의 초인적인 힘은 어디서 생겼을까.

며칠 전 그에게 돌멩이로 마당을 메꾸어 달라고 했었다. 마당 입구에 땅이 파여 주차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힘들다고 못 한다면서 너럭바위에 앉아 담배만 죽였다.

그날 나 혼자 돌을 주워 날라 판판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시내 일 보러 나갔다 온 사이 그는 돌을 다 걷어냈다. 비가 오면 빗물이 돌에 막혀 마당으로 내려온다는 이유였다. 그러면 도로 쪽으로 빗물이 흐르게 그쪽 돌만 치우면 되지.

그날을 생각하면 열이 나지만, 오늘로 그 일은 묻어가기로했다.


어쨌든 순간 일어난 일이라 깜짝 놀랐지만, 그도 놀랐는지 손을 얼른 아래로 내렸다. 나는 놀란 표정을 감췄다. 그리고 별일 아니라는 듯 고맙다고 인사하려는데, 그의 뒤 꼭지도 안보였다. 성길씨는 얼떨결에 한 일이라 민망한지 뒤도 안 돌아보고 36계 달려갔다.

그는 일단 멋쩍음을 벗어나고자 무작정 아래로 달린 것이다.


나는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산이 상태를 살폈다. 산이는 방에서 앉은 채 꼬리를 흔들었다.

그나 성길씨가 발에 모터라도 단 듯 달려 간 것은 나보기가 민망해서였을까. 아니면 출근 시간이 늦어서였을까.


어쨌거나 저쨌거나 우리는 엉덩이를 받쳐준 사이다. 나는 지금껏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친구들은 오며 가며 주인이 노총각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들은 “술 먹고 안방으로 들어가라 살림을 합쳐라 마라” 지랄 옆차기를 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느그들아! 이런 일이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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