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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야토 Jul 19. 2024

신주쿠교엔의 여유

뜻하지 않게 찾은 행복

[도쿄 50일 살이 3일차]


오늘은 체크아웃하는 방도 없고 전날 일도 거진 다 배워놔서 딱히 할 게 없었다. 그래서 일단 밖으로 나가봤는데 날씨가 너무 좋길래 구글지도로 우연히 찾은 근처 공원(신주쿠교엔)을 가보기로 한다.


공원을 가다 보니 배가 고파져서 그 유명하다는 이치란라멘 가게에 들렀는데 원래는 엄청 오랜 웨이팅이 있기로 자자한 곳이라 겁먹고 들어갔지만 다행히 11시 전 브런치타임에 가서 그런지 거의 안 기다리고 먹었다.



한국인의 국룰인 매운맛 두 배(제일 맛있는 레시피)로 주문해서 먹었는데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는 매콤한 라멘맛이었다. 그렇게 후루루챱챱 맛있게 폭풍흡입을 하고 딱 나가려는 길에 짐바구니에 넣어놓은 내 가방이 없어졌다...


이 때는 초반이라 일본어가 엄청 서툴러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는데 이치란라멘은 독서실처럼 칸막이가 돼있고 주문용지를 주고받는 걸로만 대화하는 비접촉 혼밥 최적화 식당이기 때문에 바로 번역기를 켜서 주문용지 뒷면에 일본어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적었다.


'저의 가방을 넣은 바구니가 없습니다. 저는 한국인입니다. 가방 브랜드는 샘소나이트입니다. 찾아주세요.'라고 쓴 용지를 건네드리니 다른 직원들 불러서 곧바로 찾아주셨다. 그러고 일본어 잘한다고 칭찬받았다.. (파파고를 칭찬해 주세요ㅎ)





잠깐의 해프닝과 함께 밥을 먹고 나서 지도를 따라 신주쿠교엔에 도착했는데 공원 입구에 지하철 개찰구처럼 티켓 넣는 곳이 있었고 옆 매표소에서 입장료 500엔을 받고 있었다. 무슨 공원이 이렇게 비싸나 했지만, 막상 들어가서 보니 규모가 엄청 큰 국립공원이었다. 알고 보니 메이지시대 시절에 황실 정원으로 쓰였다가 2차 세계대전 때부터 민간에 개방한 것이라고 한다.

(생각보다 엄청 쩌는 공원이었던 것)


신주쿠교엔은 일본식 영국식 프랑스식 테마로 나뉘어있는데 정말 관리가 잘 되고 있었고 잔디, 정원, 온실 등 보고 걸을 데가 상당히 많았다. 공원 안의 사람들은 정말 여유로워 보였고 나도 공원을 산책하며 그 공간에 머물러 시간을 갖고 생각에 잠길 수 있었다.



신주쿠교엔의 풍경


한편으로는 도심 한복판에 이렇게 무지막지한 스케일의 공원이 있다는 게 신기하고 부러웠다. 벚꽃은 아직 개화 전이었지만 도쿄가 한국보다 따뜻해서 그런지 3월 중순인데도 벚나무 몇 그루가 꽃이 막 피기 시작했고 그걸 보며 나도 새로운 시작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샘솟았다. 계획 없이 갔던 공원에서 생각지도 않게 행복해버렸다.



공원을 다 둘러보고 나니 거의 3시간이 넘게 흘렀다. 그러고 보니 교통카드 중에 외국인만 살 수 있는 카드가 있다는데.. 나는 모바일어플이 있어서 딱히 살 필요는 없었지만 럭키비키하게도 내가 있던 시점에 한시적으로 발급비가 무료였고 디자인이 너무 귀여워서 기념으로 간직하려고 신주쿠 역사에 들어가서 교통카드를 샀다.


초카와이한 파스모 패스포트(외국인 전용)


사는 곳 바로 앞에는 도쿄올림픽 기념으로 만든 AI 안내로봇이 있었는데 얘가 나를 인식해서 내가 이동하는 곳으로 고개랑 눈을 돌리기도 하고 내가 질문하면 대답도 했다. 역시 GDP 세계 3위 일본의 기술력은 어디 안 가는구나 싶었다.





아직은 아는 사람이 없어 이렇게 혼자 놀러 다니지만 이제부터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신주쿠 밖으로 여행도 떠날 계획이다. 지금은 혼자서 여기 저기 다니며 충분히 경험하고 놀라는 시간을 나에게 주기로 한다. 그리고 신주쿠교엔은 생각 이상으로 너무 좋았어서 다음에 언젠가 또 와서 이 여유를 다시 한껏 느껴보고 싶다. おわ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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