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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야토 Jul 22. 2024

오쿠보도서관과 다이어리

소중한 순간들을 기록하기 위하여

[일본 50일 살이 4일차]


3월 16일 토요일,

전날 좀 오래 돌아다니기도 했고 밤에는 맥주가 너무 땡기길래 혼술좀 하고 잤는데, 그래서 그런지 살짝 피곤하여 점심까지 자다 일어났다. 오늘은 체크인하는 방이 하나밖에 없는데도 방 청소를 늦게 시작해서 끝내고 나니까 벌써 오후 4시가 됐다(아직은 좀 미숙해서 청소가 오래 걸림). 그러고 나서 뭘 할까 생각하다가 일본어 공부도 할 겸 현지인처럼 생활해 보고자 근처 공립도서관을 방문해본다. 도서관 이름은 '신주쿠구립 오쿠보도서관', 정말 작은 동네 도서관이고 어르신들이 많았다.


오쿠보 도서관 내부


이 도서관의 포인트는 열람할 수 있는 테이블이 딱 두 개밖에 없다는 것. 테이블에 앉으려면 치열하게 자리 다툼을 해야한다. 하지만 다행히 내가 갔을 때는 자리가 좀 있길래 헐레벌떡 바로 가서 앉았는데 앉자마자 다른 자리도 샤샤샥 채워졌다. 나름 스릴이 있는 도서관이다..ㅋ





도서관에서 2시간 정도 일본어 공부(사실 1시간은 폰 봄)를 하고 나서 다이어리를 구입하기 위해 '세카이도'라는 도쿄 최대규모의 문구점을 방문했다. 원래는 일본 오자마자 다이어리를 사서 쓰고 싶었는데 맘에 드는 걸 계속 못찾고 있었다. 그런 찰나에 검색하다 알게된 세카이도 문구점. 문구류뿐 아니라 화방으로도 유명해서 미술인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세카이도 문구점 입구


세카이도에 들르기 전에는 다른 문구점도 가봤지만 다이어리 종류가 별로 없거나 가격이 너무 비쌌다. 근데 여기는 비싸지도 않고 종류도 많아서 너무 맘에 들었다. 문구점으로 들어가자마자 입구쪽에 수많은 엽서들이 진열돼있는데 이쁘고 귀여운 엽서들이 정말 많아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러고 다이어리쪽 코너로 가서 여러 다이어리를 구경하다가 요즘 유행하는 캐릭터인 '치이카와'를 테마로 한 다이어리를 발견! 앞에는 코믹북 형식이고 뒤에는 메모할 수 있게 재밌는 구성으로 되어있길래 보자마자 바로 구매했다.


내 인생에서 다시 없을 의미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일본에 왔으니 이 순간 순간들을 꼭 기록하고 싶었다. 내가 지금 쓰는 글도 일본에 있을 때 매일 일기를 쓰며 하루의 순간들을 기록한 걸 토대로 쓰이고 있다.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은 도쿄에 살았던 때를 추억하며 글을 쓰고 있는데 행복한 기억들이 많아서 쓰면서 웃음이 지어진다. 기억을 되살리며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아드레날린이랑 세로토닌이 분비되는 느낌이다.


감성적인 엽서들


치이카와 다이어리 (살짝 병맛 느낌이 좋다)




그리고 밤에는 심심해서 도쿄 여행중인 사람끼리 소통하는 카톡 오픈채팅방에서 동행을 구했는데 한 살 누나 한국인(이하 H)이었다. 첫 동행이라 조금 떨렜(떨림+설렘)는데 다행히 H누나가 성격이 좋아서 만나자마자 친해졌고 우리는 바로 시부야로 술을 먹으러 갔다. 시부야로 간 이유는 '시부야요코초'를 가고 싶어서였다. 시부야요코초는 시부야 미야시타파크(쇼핑상가, 호텔, 공원이 일체화된 대형 복합시설)에 있는 이자카야거리인데 가게마다 야외 테이블이 있어서 일본 감성을 느끼기에 좋을 것 같았다.


시부야 스크램블과 밤에도 선글라스를 끼는 사람들 (뭐지..?)


시부야 역에서 내려 나오자마자 그 유명한 시부야 스크램블이 나왔다. 수백명의 사람들 사이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다들 안 부딪히고 걷는 게 신기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가뜩이나 토요일 밤ㅋㅋ). 그렇게 걷다보니 시부야요코초에 도착했는데 분위기가 뭔가 이자카야+포차 느낌(?)ㅋㅋㅋ. 얼른이라도 술을 먹고 싶어지는 그런 왁자지껄한 분위기였다. 근처에 논베이요코초라고 있는데 거기는 정말 협소한 테이블에서 사장이랑 옆 손님들이랑 딱 붙어서 오순도순 먹는 분위기의 이자카야인지라 조금 답답해보였다.


시부야 요코초


그렇게 H누나랑 1차로 시부야요코초에서 술을 먹었는데 이자카야 분위기에 취해 너무 흥이 올른 나머지 2차까지 내리달렸다. 2차는 신주쿠 가부키초에 있는 토리키조쿠라는 술집으로 갔다. H누나는 도쿄를 좋아해서 자주 온다고 말하면서 토리키조쿠가 가성비 개쩔탱에 존맛이라며 소개해주고 싶다 했다. 그래서 가봤더니 진짜 너무 맛있었고 분위기도 좋았다. (토리키조쿠는 유명한 체인점이라 도쿄 번화가쪽이면 어딜 가도 있으니 구글링해서 근처에 있는 지점으로 찾아 가면 된다.)


사실 뭔 얘기를 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모르는 한국인이랑 즉석으로 동행해서 반갑기도 했고 내가 워낙 외로움도 많이 타고 사람을 좋아하는 성향인데 요며칠 계속 혼자 다니니까 쓸쓸했던 와중이어서 더 신났던 것 같다. 이 날은 흥에 취해서 평소답지 않게 술을 꽤 많이 마시고 새벽 늦게 집으로 돌아갔는데 방에 도착하자마자 코난 수면총에 맞은 것마냥 뻗고 잠들어버렸다. おわり


기절!


논베이 요코초 (사진찍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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