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지역을 양평으로 정했다. 남양주나 하남, 용인도 생각을 했으나 땅값이 비쌌다. 우리가 가진 자금으로 건축까지 가능한 곳을 찾아야 했다.
양평은 우리가 자주 다니던 여행지였다. 서울서 접근성이 좋은 경기 지역 중에서도 우리가 다닐만한 산이나 기타 관광지가 많은 곳이기 때문이다. 당일로 혹은 용문산 자연휴양림, 산음 자연휴양림, 양평 한화리조트에 숙박하고 용문산, 백운봉, 중원산, 도일봉, 천사봉 등을 다녔는데, 특히 여름이면 사나사를 들머리로 하는 백운봉 산행을 즐겨 다녔다.
그때마다 양평 하나로마트를 꼭 들렀다. 그 하나로마트가 이제 우리 집 단골마트가 되었다.
남편과 내가 주말마다 등산과 여행을 다니기 시작한 것은 2002년 이후의 일이다.
남편이 그해 119구급차에 실려가 중환자실에서 보름을 보내고 겨우 살아났다. 죽음의 문턱에서 되돌아 나온 뒤, 덤으로 얻은 인생 2막을 승진보다 인생을 즐기는 일을 최우선에 두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그뒤 우리는 매주 토요일마다. 전국 방방곡곡 유명한 산과 여행지에 우리의 발자취를 남기고 다녔다. 봄이면 꽃 보러, 여름엔 시원한 계곡으로, 가을이면 아름다운 단풍을 만나러, 겨울엔 단단히 싸매고 설경을 만나러 이 산, 저 산, 유명한 관광지를 돌아다녔다.
다음은 양평의 모 문학지에 실린 내 글의 일부분이다.
유명한 관광지나 산을 다닐 때면 꼭 ‘이곳에 살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 보곤 한다. 여행객이 아닌, 그곳 주민이 되어 사계절을 즐기고, 사람들과 사귀고픈 생각이 늘 함께 하였다. 양평엔 봄에 왔다. 물론 용문산, 유명산, 중미산, 운길산, 축령산 등 양평에서 가까운 산도 다 가 보았지만, 내 맘을 사로잡은 양평 동네는 봄에 왔다. 벚꽃으로 유명한 동네는 많다. 진해 여좌천길, 하동 쌍계사 십리길, 순천 송광사길, 제천 청풍명월길, 강릉 경포대길, 아, 서울 여의도 벚꽃길도 있다. 많다. 하지만 어느 따스한 봄 양평 물소리길 버드나루께길을 들어선 순간, 나는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꼈다. 남편은 지금도 이 이야기를 하면 웃는다. 무엇일까. 한눈에 반한 걸까. 어쨌든 그날 이후로 나는 고속도로에서건 국도에서건 양평을 지날 때마다 ‘양평이다!’ 하고 소리를 질렀고, 해마다 봄이 되면 양평을 가자고 졸랐다. “벚꽃 많이 피었나요?” “네, 예뻐요. 양평서 살고 싶어요!” 벚나무 흐드러지게 핀 물소리 4코스를 흥에 겨워 걷고 나오는 우리에게, 꼭 우리와 비슷한 연배의 부부가 한 질문에 대답한 내 말은 정말 진심이었다. 양평이 벚나무만으로 나를 사로잡은 건 아니다. 연두빛 찬란한 버드나무의 행렬도 있었다. 그건 봄에나 볼 수 있는 산의 파스텔 연둣빛과는 또 다른 화려한 빛남이었다. 나는 유난히 봄 산의 파스텔 연두를 좋아했다. 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 첫인상의 근원은 두고두고 생각해 볼수록 버드나무 그 녀석들의 연두빛이 틀림없었다. 부드럽게 늘어진 연두빛 머리채를 늘어뜨리고, 아무 말 안 해도 많은 말을 쏟아내놓고 있는 듯한 눈부신 행렬들. 아니다. 그것만이 아니다. 너른 강물이 있었다. 모든 걱정과 근심, 괴로움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지나고 나면 다 흐르는 물처럼 흘러갈 것임으로 애끓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드넓은 남한강은, 그 흔한 인공적인 사방공사 흔적도 없이 푸른 풀밭을 널찍하게 끌어안고, 부드러운 연분홍 벚꽃 무리와 어우러진 연두빛 버드나무 행렬과 함께 내 가슴에 파고들어 먹먹하게 만든 것이다. 진심으로 양평의 너른 남한강 옆에 살고 싶다. 그래서 수시로 강변 길을 걸으며 사계절을 보내고 싶고, 그곳을 사랑해서 그 동네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이웃으로 지내고 싶다. 여행하다가 주저앉아 그곳에 사는 사람들처럼 우리도 양평 사람이 되고 싶다. 많은 곳을 여행하고 그곳에 살기를 상상해 보았지만 결론은 늘 양평이었다. (중략) 물소리길 4코스인 버드나루께길은 나를 양평으로 이끈 아름다운 장소이다. 봄의 눈부신 벚꽃 행렬, 연두빛 버드나무 숲만이 아니라 내게 항상 평화로움과 넉넉함을 가득 채워주는 남한강은 두고두고 보아도 감동적이다.
우선 양평 물소리길 4코스를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양평 동네도 다닌 곳만 알거니와 아는 사람도 없는 처지라 방법은 하나, 인터넷 검색뿐이었다.
틈만 나면 '양평 전원주택'을 검색했고, 분양공고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일단 2년 정도 월세나 전세를 살아보고 결정하라. 아파트 생활과 주택 생활은 많이 다르니 내가 적응할 수 있는지 먼저 경험해 보는 것이 좋다. 집 짓는 데 10년 늙는다더라. 집장사 집은 잘못 사면 부실공사인 경우가 많다더라. 시공사 잘못 만나면 집도 못 짓고 사기당하는 수도 있다. 등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인터넷상에 올라와 있었다. 하지만 실감이 나지 않아 내게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이사하고 두 달 동안 물소리길을 거의 나가지 못했다. 이삿짐 정리와 조경 공사 때문에 시간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여름이 찾아왔고, 아침 일찍에나 나갈 수 있는 산책도 꽃밭 관리 때문에 번번이 빠뜨리기 일쑤다. 그래도 집에서 물소리길이 보이고, 날씨만 선선해지면 언제든지 나갈 수 있으니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