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할 때가 가까워지자 우리는 인생 2막을 위한 새로운 동네를 물색하러 나섰다.
2006년 재개발로 조성된 대단지 아파트에 입주하여 거의 17년을 살았다. 소위 숲세권 아파트. 신림동 판자촌을 허물고 지어진 아파트인데, 가장 좋은 위치인 우리 동은 정남향에 산이 조망되는 멋진 곳이었다.
공기 좋고 경치 좋고 등산로가 바로 연결되고, 직장까지 교통도 좋아 '더 이상 좋을 수는 없다.'고 늘 노래하며 살았다. 큰 평수인데도 인서울에서 그만한 금액으로는 구하기 힘든데, 운 좋게도 우리 능력으로 얻을 수 있어서 고마웠던 동네에서 잘 먹고 잘 살았다 싶다.
그런데 왠지 퇴직하면 이곳을 떠나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직장일 틈틈이 인터넷으로 각종 분양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눈에 걸린 고덕동 모 아파트 분양. 그때만 해도 미분양으로 고객을 잡으려고 애쓸 때였다. 모델하우스를 방문하고 계약할 뻔했다. 소유하고 있는 아파트와 그동안의 저축, 명퇴금을 합하면 분양대금을 가까스로 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국 마지막 계약 직전 포기한 이유는 자금 여유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큰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나 하는 것 때문이었다.
그때 계약했으면 자금 때문에 마음고생은 좀 했으려나. 일 년 후 미국 있던 딸이 갑자기 귀국한다 하여, 딸이 구입할 아파트에 합법적으로 돈을 빌려줄 수 있었던 것은 큰 다행이었다.
나중에 그 아파트가 분양가의 거의 두 배까지 오르는 것을 보면서 한마디~
"우리는 부동산 재테크는 어려워. 그냥 생긴 대로 살자."
주택에 살고 싶어 용인까지 간 적도 있다. 고덕동 아파트보다 몇 년 전의 이야기다.
용인 흥덕지구에 타운하우스를 분양한다는 소식을 인터넷으로 접하고 사무실을 방문했다. 1차는 분양이 마무리되고 2차를 분양하는 중이었다. 계약을 하기로 의사를 밝혔더니, 시공사와 먼저 의논을 해보라고 안내를 했다. 다행히 우리가 만난 시공사가 견본으로 보여준 주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더 알아보고 결정하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온 다음, 주택을 짓는다는 어려운 일에 용기가 나지 않아 그 계획은 보류되었다.
알고 보니 우리가 알았던 가격은 토지구입 비용이었고, 건축비는 따로 몇 억이 더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고 기가 차서 웃고 말았다. 덜컥 계약을 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우리 동네가 될 뻔한 그곳을 지날 때마다 우리는 마주 보며 피식 웃는다.
" 주택 시장에 우리가 너무 무식했던 거지?"
결국 우리와 인연이 된 동네는 양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