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드디어 집을 짓다

양평에 집 짓기

by 세온

감성적이고 즉흥적인 나에 비해서 남편은 상당히 이성적이고 실리적인 사람이다. 여행지마다 그곳에 살고 싶다고 하는 나를 보고 웃어넘기던 남편이 양평에 대한 나의 반복되는 반응에 덜컥 수락을 했다.

물론 결정하기까지 많이 생각하고 따져보았으리라 생각한다.

드디어 10월 11일 건축 허가가 났다. 허가날 때까지는 오래 기다렸는데, 건축 진행이 매우 빨랐다. 시공사 소장님과는 이미 1년 전부터 이야기가 되어 있는 상태라 건축 허가 나기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듯 일사천리로 진행을 해 나갔다.

사람을 잘 만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는데, 우리가 그 복을 받은 셈이다. 처음 짓는(처음이자 마지막이 되기를 바란다.) 집이라, 건축 관련 지식이 매우 부족한 우리에게 집 짓는 경험이 많고 성실한 소장님을 만나서, 즐겁고 행복한 집 짓기를 했다.

원래 8월에 착공하려고 계획을 잡았었는데, 두 달이나 미루어진 셈이다. 그런데, 8월과 10월에 큰 비로 미리 건축 허가가 났어도 제 속도로 건축하지 못했을 거라고 한다.

양평의 추위가 소문나 있어서 심한 추위가 닥치기 전에 외부 공사를 끝내려고 작업하는 사람도 두 배로 붙여서 공사를 진행했다. 날씨도 우리 편이다. 시공사 소장님은 건축주가 복이 많아 날씨도 도와주어서 일반적인 공정보다 10일 정도 빨리 끝날 것 같다고 덕담을 했다.

풀만 가득하던 땅에 기초 콘크리트 타설을 하고, 목구조가 올라가고, 벽체를 세우고, 지붕이 얹혀지고, 창호가 설치되고, 일련의 과정이 눈앞에서 마치 기적처럼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을 때의 설레임을 잊지 못한다.

아파트 분양을 받아, 사전 점검을 위해 이미 다 만들어진 집 안으로 들어가서 구경을 하던 느낌과는 다른 특별한 감동이다. 그야말로 땅바닥 밖에 없던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일이 아닌가.

그간의 진행 상황을 간단한 일기 형식으로 순서대로 올려본다.


* * * *

(1) 22년 9월 25일

풀만 가득한 땅. 언제 집을 지을 수 있으려나 매주 토요일 산행을 마치고 숙소로 가는 길에 한 번씩 들러본다. 볼 때마다 속이 답답하다.


(2) 10월 24일

분양하는 토지 구입하고 돈만 내면 아파트처럼 내 집 열쇠 받는 줄 알던 무식한 예비 건축주, 6개월이면 화단 만들 수 있을 줄 알고 작년 가입한 카페에서 씨앗을 잔뜩 나눔 받기도 했지만 1년 반이 지난 지금도 아직 꽃밭이 없다.

10월 11일 드디어 건축허가가 나고, 키만큼 컸던 풀을 싹 밀어낸 땅에 그려진 빨간색 스프레이를 보는 순간부터 슬슬 실감이 나기 시작하였다.

토요일 이런 모습이었는데,

오늘 이런 모습이다.

이제 건축주가 되었다. 실화다.


(3) 11월 2일

1층이 생겼다. 유리창 위치도 확인하고, 그곳을 통해서 보이는 전망도 감상했다.

경량목구조로 짓는데, 토요일 목재 들여온다더니 금방 뚝딱뚝딱 집 모양이 나온다.

아파트보다는 좁겠지만~ 지금 40평대에서 사는데, 1층이 30 평대니까 훨씬 좁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파트는 활동 공간이 실내에 국한되지만, 주택은 마당이 있으니까. 금방 적응되리라 생각한다.

평수 넓으면 난방비 등 관리비만 올라간다고 크게 짓지 말라고 하는데, 아파트에서 살다가 처음 주택으로 옮기는 거라 너무 작으면 답답할까 봐 절충한 것이다.

구체적인 형태가 보이니까 정말 실감이 났다. 전에는 이미 전원주택 짓고 살고 계신 사람들이 제일 부러웠는데, 이제 우리도 그 꿈이 멀지 않았다.


(4) 11월 8일

건축 허가 나자마자 우리 소장님 추워지기 전에 속도 낸다더니,

"이거 너무 빠른 거 아니야?"

하고 걱정할 정도로 빨리 짓는다.

양평이 좀 추운 곳이란다. 그래서 사람을 더 붙여서 추워지면 하기 힘든 공사는 한겨울 되기 전에 끝내겠다고 밀어붙이는 모양이다.

다른 집 짓는 것 보니까 목수팀이 3~4명 붙어서 일주일 이상 걸리는 것 같았는데, 지난 금요일 갔더니 7~8명이 달라붙어 작업을 하고 있었다. 아마 토요일도 작업을 한 모양이다.

어제는 가서 창문 여는 방향, 콘센트 설치할 곳 표시를 의논했다.

우리는 아파트 살다가 처음 집을 짓는 거라 지금 사는 아파트 참고하여 대강 표시했는데, 창문의 방향이 최적인 것을 골라주고 그 이유도 설명해 주고, 이것저것 콘센트 위치 빠뜨린 것까지 챙겨준다.

그래서,

"물어는 보시고 소장님 마음대로 하세요."

라면서 웃었다.

집 지은 경험이 많으니까, 가장 많이 선호하는 것, 가장 보편적인 것 위주로 해달라고 했다.

벽돌 색은 이미 정해 두었는데, 지붕 색깔을 골라야 한다. 문도 골라야 하고. 주차장과 집 뒤쪽에 칼라콘크리트 시공할 생각인데 그것도 의논해야겠다.

또 시스템 에어컨을 어제 견적 받았는데, 내일 전기공사 동시에 배선한다고 한다.

집에 돈 많이 쓰지 말라는데, 가성비 좋은 시설이나 재료를 잘 찾아 알뜰하게 지어야겠다. 건축비도 많이 올랐다고 하는데.

설계 도면대로 집 모양이 갖춰진 걸 보니까 덩치가 꽤 커 보인다. 우리가 주로 아래층에서 생활할 거라 1층을 좀 크게 지었다.

2층에는 내 작업실과 서재가 들어설 예정인데, 아직 계단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다리 타고 올라가 보았다. 평소에 산행 다니던 실력으로 올라가니 겁은 나지 않았다.

이층에서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전경도 찍어 보았다.

꿈이 현실이 되어가는 요즘~ 어쩌면 들어가 살 때보다 지금이 더 설레고 행복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5) 11월 13일

토요일 비가 온다고 하더니 양평도 저녁부터 엄청나게 쏟아붓는다. 다행히 집 짓는 과정 엿보기하는 동안에는 비가 안 왔다.

외관이 거의 완성되었다. 타이벡이라는 비닐옷도 얻어 입었다.

임시 전기는 10월 말에, 상수도 인입, 정화조 공사는 11월 초에 이미 완료했었다.

시스템 에어컨 배관은 11월 7일 월요일 신청했는데, 수요일 배관이 끝났다.

나무 목구조는 목요일 완성이 되어, 계약한 내용대로 3차 대금(중도금)을 지불했다.

토요일에는 전기 배선이 마무리되고 일요일에는 난방 배관이 계획되어 있다고 했다.

지붕까지 방수포를 씌워 비가 와도 이제 괜찮다고 한다.

집 뒤쪽은 생태공원과 야산이다.

건물 북쪽이 보강토 옹벽이라, 2.5m 이상 떨어져야 한단다. 반쯤 보도블록 깔고, 반은 삽목장이나 나물 밭(그늘에 키워야 하는 종류)을 만들 생각이다.

북쪽 유리창 자리다. 전망이 마음에 든다.

1층 거실과 부엌이다.


(6) 11월 13일

난방 배관을 했다.

꿈만 꾸던 일이 실현되는 것을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확실히 큰 즐거움이다.

무슨 배짱으로 집 짓기에 대한 지식 없이 덤볐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 되지만, 너무 몰랐기 때문에 벌일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을까 지나고 나서 짐작해본다.

(7) 11월 20일

소장님이 창호까지 설치된 집의 모습을 찍어서 보내주었다. 너무 속도가 빨라서 살짝 당황스러울 정도다.

양평이 추운 곳이라 해서 더 추워지기 전에 빨리 한다고 하니 믿고 맡기는 중이다.

꿈이, 실현되는 중이다.


(8) 12월 11일

10월 21일에 시작했으니까 두 달이 채 안 된 시점이다.

비계 제거하고 나니 내 눈에는 예쁘다.

마당 쓰레기도 치우니까 생각보다 넓어 보인다.

풀밭일 때는 꽃밭 공간이 거의 없어 보여 실망했다가, 기초 치고 나니 좀 괜찮아 보였다가, 비계 설치하고 집 올라가니까 어찌 그리 좁아 보이던 지.

비계 치우고 마당 비우고 나니까 이제야 좀 안심이 된다.

170평 계약(도로 지분 제외한 넓이)했는데, 보강토 옹벽에 10여 평 뺏겼다. 뭐, 높으면 조망이 괜찮다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보강토 2단은 이격거리가 2.5m란다. 땅 모양도 네모 반듯하지 않아서 삼 방향 손해(?) 본 땅이 제법 된다. 그래도 소장님 말로는 이 정도면 준수하다고 한다.

도배 작업을 했다. 하얀 집, 하얀 벽. 깨끗한 느낌이 우리 집 컨셉이다. 지금 아파트 실내 인테리어가 15년 전 유행색인 브라운 풍이라 좀 어두웠기 때문이다.

도배가 끝나고 가구가 들어오고 나면 80% 이상 완료된 것으로 보아도 될까.

이제 우리 것이 될 조망을 카메라에 다시 담아 보았다.


(9) 12월 22, 23일

이틀에 걸쳐 싱크대와 아일랜드 식탁, 붙박이장이 들어왔다. 가구는 C소장이 거래하는 단골 가구회사로 정했다. 집으로 와서 견적을 내는데, 미리 생각해 둔 것이 구체적이지 못하여 당황했다. (결국 나중에 변경을 하거나 추가하는 일이 발생했다. )

타일과 수전, 도기, 욕실장 등 욕실 가구도 역시 C소장이 소개하는 판매점에 직접 가서 골랐다. 계약한 지 며칠안 되어 바로 배달이 되어 금방 설치가 끝났고 샤워부스는 22일에 설치 완료하였다.

화장실이 갖춰지고, 가구까지 들어오자, 겉 모습 뿐이 아니라 내부도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의 느낌이 났다.

앞으로 전기공사와 조명 설치, 계단 난간과 중문을 설치하면 시공사에서 할 수 있는 건축이 모두 끝나는 셈이다.

보강토 블럭이 2단이라 법면에 잔디를 식재하는 조건으로 건축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사용승인을 신청하려면 잔디를 준비해야 하는 일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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