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입니다.
돈을 잘 벌고, 잘 쓰고 싶습니다.
여기서 '잘'의 정의는 '많이'가 아니라 '현명하게'를 뜻합니다.
주식투자에 막 발을 들인 주린이로서 문득 궁금해집니다.
"얼마나 수익을 내야 성공한 투자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돈이 어느 정도 있어야 부자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던 차에 '돈의 심리학'이라는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동네 도서관에서는 늘 대출 중이라 결국 제 돈 주고 사버렸는데,
스테디셀러인 이유를 읽는 내내 실감했습니다.
책은 이렇게 말합니다.
“금융은 소프트 스킬(soft skill)이고 소프트 스킬에서는 아는 것보다 행동이 더 중요하다. 이 소프트 스킬을 가리켜 나는 ‘돈의 심리학’이라 부른다.”
돈을 벌고 쓰고 (혹은 잃을 때) 우리의 감정과 반응을 얼마나 잘 조절하느냐 하는 것.
이것이 바로 '돈의 심리학'이며, 이 책은 그 본질을 명확하게 짚어줍니다.
“현대 자본주의는 두 가지를 좋아한다. 부를 만들어내는 것과 부러움을 만들어내는 것. 아마 두 가지는 서로 함께 갈 것이다. 또래들을 넘어서고 싶은 마음은 더 힘들게 노력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충분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삶은 아무 재미가 없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듯이, 결과에서 기대치를 뺀 것이 행복이다.”
이 구절을 읽으며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돈을 잘 버는 것이 중요할까, 돈을 잘 쓰는 것이 중요할까?"
물론, 여기서 '잘'은 '많이'가 아닌 '현명한 방식'을 의미합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돈을 현명하게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물론 돈이 있어야 쓸 수 있는 건 맞지만, 돈을 많이 벌었던 연예인이 파산하거나, 시장에서 장사하시던 독거노인이 큰 유산을 대학에 기부한 사례들을 보며 깨달았습니다.
돈을 잘 버는 것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돈을 현명하게 유지하고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단 걸요.
돈이 많지 않아도 충분히 잘 쓸 수 있다는 확신도 들었고요.
어릴 적, 백화점이 없는 곳에서 자랐습니다. 대학교에 와서 친구들이 입는 백화점에서 산 10만원 넘는 청바지를 보며 느꼈던 놀라움과 부러움을 기억합니다.
그 당시 제 일기를 읽어보면 제 딴에도 그리 건설적이지 않은 감정이라고 생각했는지 나름 노력해서 극복했던 것 같습니다.
과외 아르바이트로 리*** 청바지를 사고야 말았거든요.
그리고, 결국 깨달았습니다.
본질은 브랜드 옷이 아니라 제게 어울리는 옷을 찾는 것이라는 것을요.
한 달 점심값과 교통비의 3분의 1을 쓰고 나서야,
'돈이 많지 않아도 행복과 만족감(요즘 말로 가성비와 가심비겠죠?)을 얻는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했던 20대의 제가 참 대견합니다.
“나의 아이들에게 보내는 금융 조언: 돈이 주는 가장 큰 배당금은 네 시간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능력이다. 네가 원할 때, 원하는 일을,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사람과 함께, 원하는 만큼 오래 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 어떤 고가의 물건이 주는 기쁨보다 더 크고 더 지속적인 행복을 준다.”
이 구절은 제 마음을 깊이 울렸습니다. 비싼 물건의 기쁨은 금세 사라지지만, 내 시간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자유는 질리지 않는 기쁨을 준다는 것. 넉넉한 저축이 위기 속에서 선택권을 주고, 원하는 시점에 은퇴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 한 푼 한 푼 모으는 돈이 결국 내 미래의 한 조각을 소유하는 것과 같다는 말이 가슴에 박혔습니다.
“자산 가치의 30퍼센트 하락이 우리의 정신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과소평가하기 쉽다. —— 실수의 여지를 생각할 때 엄밀한 의미에서 ‘견딜 수 있는 것’과 ‘정서적으로 가능한 것’ 사이의 차이를 간과하기 쉽다.”
“성공적인 투자에는 대가가 따라붙는다. 그 비용은 달러나 센트가 아니다. 변동성, 공포, 의심, 불확실성, 후회의 형태로 지불해야 한다.”
요즘 주식투자를 하면서 느꼈던 희노애락에 대해 떠올리면서 책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특히, 이번 4월에 트럼프 관세 정책 발표 후 겪었던 블랙먼데이로 아래 내용들이 엄청 다가왔습니다.
(다른 브런치 글: 주식 1주 들고 경제신문 구독해 보세요. / Buy One Share Read the News)
“나는 부자가 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나는 그저 독립성을 갖고 싶었다.” -찰리 멍거 (p346)
“나에게 독립성이란 일을 그만둔다는 뜻이 아니다. 원할 때 원하는 동안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뜻이다.”
퇴직하고 1년 동안 쉬었던 제게 특히 이 부분은 느긋하게 다음 일을 찾았던 경험과 맞닿아 있습니다.
평생 처음으로 '어떤 일을 찾아야 앞으로 몇십 년 동안 내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를 고민했었습니다.
아직 찾아가는 과정이지만, 이 책이 그 이정표를 보여주네요.
최근 어떤 분과 요즘 돈 있는 사람들이 한다는 상속세 절감을 위한 분할 증여에 대해 얘기하다가
그 분이 한마디하시더군요.
"자녀에게 돈 뭉치를 통째로 증여하는 것보다 금융 지식을 쌓게 해주는 것이 더 큰 유산입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인가요?
저는 순간적으로 희열을 느낄 정도로 실제 실천하시는 분에게 직접 전해 듣는 감동이 있더군요.
마치 음원이 아니라 콘서트에서 직접 가수 노래를 듣는 것처럼요.
(다른 브런치 글: 생각나는 한마디가 있나요? )
요즘은 주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지만, 어떤 책은 다 읽고 나서도 일부러 사서 책장에 꽂아 둡니다.
제 기준은 단 하나,
아이에 나중에라도 한번은 읽었으면 하는 책입니다.
'돈의 심리학'을 유산처럼 남겨주고 싶어, 제 책장에 꽂아두었습니다.
제가 20대, 30대 시절 '그냥 아끼고, 열심히 돈을 모아야 한다'는 것 외에 금융 지식을 알려줄 멘토가 얼마나 간절했는지 떠올려보면 말이죠.
여러분은 '돈의 심리학'을 읽으셨나요?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