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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a Jong Seok Lee Oct 14. 2021

단문 3

등과 따뜻한 바닥

어젯 밤 열시에 날 붙든 거실 바닥은 오늘 아침 일곱시가 넘도록 날 내주지 않았다. 

몇번을 벗어나고자 몸 부림 쳐봤지만 내 위로 켜켜이 쌓인 삶의 무게만큼 비장한 이불의 무게도 

나를 나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거실 창 밖으로 해가 드는 걸 보면서도, 

내 머리맡에서 그런 아비의 심장터지는 밤샘 투쟁의 인고를 아는지 모르는지 줄리는 코를 골았고 

볕이 드는 거실 바닥과 줄리의 코골이, 

그리고 내 등 뒤로 여전히 오르던 바닥의 온기는 내 마음만 괴롭게 할 뿐 날 끝내 일으키지 못했다. 

이렇게도 약한게 나이고 내 삶일진데 

무슨 천하를 바꾸겠다고 마음의 꿈은 크기만하지.. 

연습 준비를 해야 하는 밤, 난 그 불안 안고 날 붙든 거실 바닥에서 

불안하고 자책많은 아침을 맞이했다. 

여전히 졸리다. 그냥 편히 잘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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