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속 따뜻한 섬광, 첫 기록.
글은 이 사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엊그제 저녁, 아주 오랜만에 맥포머스 블럭을 꺼내다가 한바탕 집을 지었더랬다. 이제 올해 2학년이 되는 언니는 어렸을 적 언제와는 다른 디테일로 제법 그럴듯한 집을 지을 수 있었다. 지붕-창문-주방-거실-침실-이동을 위한 계단과 문. 그리고 내복을 입은 아빠와 출근하는 아빠 피규어, 본인도 외출복과 내복을 구분한 역할 피규어까지. 새삼 멋진 집이었다.
나의 즐거움이라는 것은 어렸을 적 수십 수백을 함께 했던 반복적인 블럭놀이 시간들로 살짝 희석이 된게 아닐까 싶었지만 우리 딸은 달랐다. 오랜만에 아빠하고 제대로 노는 느낌이었는지, 그 반짝이는 눈빛과 생기있는 목소리가 늦은 시각의 집안을 가득 채웠다. 거실에 불을 끈 채로 우리가 지은 집 위에 후레쉬를 올려놓고 조명까지 켜니 그 분위기가 얼마나 좋았겠는가! 그 작은 피규어를 움직여보겠다고 꼼지락 거리다가 자석으로 붙은 집의 벽이 떨어져나가고 그네에서 피규어가 나가떨어질 때마다 나는 약간 멍청한 소리를 내었다. 딸은 그 때마다 배를 잡고 웃었고,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웃었다.
일상이 반짝거렸다. 그 익숙했던 어느날이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었고, 나의 가슴에도 행복이 차올랐다. 멀리서보면 쳇바퀴처럼 같은 날의 반복인 것 같으면서도 매일매일 갈수록 복잡해지는 인생 탓에, 나는 다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있어..라고 생각하지만 마음을 다 썼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주 잠깐이지만 온전히 마음을 쏟아 딸과 보낸 거실바닥에서의 놀이시간이 새삼스레 이토록 행복이었던가.
그래서 기록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 소중한 마음의 온기들을 기록해야지. 일상을 써내려가야지. 매일이 똑같지 않고, 감사한 일들과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곱씹기로 했다. 우리 가족, 회사의 직원들, 옛 은사님과 심지어는 거래처 담당자도. 오랜만에 본가에 가면 만사 제쳐놓고 달려오는 우리 강아지 사랑이까지. 내 인생에 반짝이는 순간과 웃음, 감동, 배움을 주는 존재들이 얼마나 많던가.
분에 넘치는 따뜻한 아내와 토끼같은 두 딸을 둔 마흔줄에 접어든 아재이자, 직원 셋을 데리고 고군분투하는 디자인 회사 사장님이기도 하고, 아직도 꿈과 비전을 찾는 철딱서니 사십춘기. 새해 들어 뭐 다짐할 꺼 없나 안그래도 뭐 찾지 못해 배회했는데 잘 되었다 싶은 마음으로 망설임 없이 첫 글을 연다. 아마도 열심히 매일을 살아내는 수많은 아빠들의 하루 그 어느 날과 다를 바 없겠지만, 언젠가 이 글들을 읽으며 다시 반짝였던 마음들을 느끼고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