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르름 Jun 30. 2024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가시밭길일 때도 웃을 수 있는 법

살다 보면 내 주위 모든 문제가 다 클리어하게 해결되고 나는 정말 이제 해피해도 되겠다라는 순간은 절대로 절대로 오지 않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희망 주는 사람들 저 나쁘다고 생각해요. 그런 일은 오는 사람들도 거의 없고요. 뭐 있긴 있겠지. 그리고 그런 일은 오지도 않고 와도 좋지도 않은 것 같아요. 우리가 살면서 배워야 될 것은 가시밭길일 때도 웃을 수 있는 방법. 뭔가 묘안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진흙탕길인데 친구랑 막 찌글찌글하면서 재밌게 갈 수 있는 길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오히려 그 가시밭길과 진흙길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상 평생 눈앞에 계속 끝없이 끝없이 광활하게 펼쳐질 거라고 포기하면요. 편하잖아요. 그냥 뚫고 갑시다.

- 신해철, <고스트스테이션> 방송 중 (음원​) -


꽤 오래 내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특히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웃음소리를 들려준 것이 오래된 것 같다. 그나마 살갑게 대하는 것은 한결 같이 나를 반겨주는 강아지에게뿐.


이 힘든 시간이 지나면, 이 터널이 끝나면 아무 걱정 없이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막연한 기대와 그럴수록 끊임없이 눈앞에 터지는 걱정거리들과 미래에 대한 불안 사이의 간극에 나는 갈수록 불행해져 갔다. 정말 삶은 고행인가. 그리고 이 정도 힘듦도 못 견디는 내가 계속 버틸 수 있을까에 대한 쓸데없는 생각이 때론 나를 못 견디게 괴롭혔다.


마왕은 그런 희망고문이 해롭다고 했다. 그냥 기대를 버리고 순간을 더 살만한 순간으로 만드는 것, 낙담으로 이어지는 포기가 아니라 편해지기 위한 수용. 웃으면 복이 와서가 아니라 웃어야 이득이니까 웃는 삶. 오랜 관성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여전히 어려운 나에겐 모든 걱정이 없어지는 순간은 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와도 좋지도 않다는 말이 눈에 뜨인다. 내가 바라는 그 평화와 행복의 시간이 내가 상상했던 것처럼 마냥 좋기만 할까. 평생 진정으로 원하지도 않는 신기루를 찾아 오늘의 즐거움을 유예하고 있는 건 아닐까. 가벼워지고 싶다. 그냥 삶은 원래 이런 것이라는 받아들임이 더욱 간절해지는 요즈음이다.




이전 24화 슬픔과 마주하는 글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