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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 머리 인간 Apr 20. 2023

4회 : 흰 털짐승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난 흰 털짐승을 거두었다. 분명히 이런 강아지가 아니었다. 비록 순한 편은 아니었지만 내 가족에게만큼은 상냥하고 애교 있고 교양이 흐르는 그녀였다. 얼추 100살쯤 자시니까 ‘몰티즈는 참지않긔’가 아니라 그냥 참지 않는다. 세상 풍파를 겪었나. 갱년기를 잘못 보냈나. 인지기능 장애(치매)로 성격변화가 왔나. 욕쟁이 할무이 강아지가 탄생했다. 검은 머리 짐승 못지않은 흰 털짐승이다.



  전혀 몰랐다. 단지 귀여운 행동이라고만 생각했다. 그 행동이 강아지 세계에서 욕이라는 것을 최근에 알아버렸다. 똥 묻은 몸을 닦여도 털을 밀어도 아침에 일어나서도  길을 걷다가도 등 등. 대중이 없다. 시도 때도 없다. 무엇이 심기를 거슬렸는지 수시로 욕을 발사 중이시다. 상시 욕이 대기 중인 그녀다. 그것도 대놓고 코 앞에서 보란 듯이 펭 , 혼자서 중얼중얼 새침하게 핑, 옆을 쓰윽 지나가면서 펭,  작게 핑, 고개를 180도 돌리면서 아주 크게 페~엥!!, 아침에 일어나서 펭, 밥 먹다가 펭. 아주 ‘펭’ 시리즈를 제작할 기세다. 코를 대차게 푼다. 좀 오버해서 말하자면 그냥 욕을 달고 산다. 큰 욕, 작은 욕 아주 난리도 아니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기술도 늘고 다양하고 찰지다. 아~주 막 그냥 막 그냥 프로페셔널하시다. 조만간 박사 학위 딸 지경이다.


 ‘ 지금 너 밥 주고 있잖니~왜 간식이 없어서 화가 막 치밀어 올라? 그래 사는 게 뭐 별 거 있간디~? 욕도 하고 스트레스도 풀고 사는 거지. 근데 말이다. 언니 다 안다잉~. 그래도 눈으로 야리는 건 쫌 아니잖니~?? 



 그래서 나도 욕이 늘었다. 나날이 일취월장(日就月將)이다. 가만히 듣고 있다가 그녀가 욕하는 이유가 너무 형편없을 땐 나도 그녀 얼굴을 부여잡고 코를 ‘펭’하고 푼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얼마나 보기 좋은 사이인가...?




ps. 롸잇나우! 무언가 어렴풋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나요~? 아니라면 앞으로 눈여겨보세요. 내 앞에서 코를 ‘펭’하고 풀고 아무 일 없는 듯 걸어가는 흰 털짐승이 있는지…음트트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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