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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hmack Oct 30. 2022

우리는 언제부터 울음을 참아야 했을까

Aug 19, 2021

해리와 호퍼가 재회하는 결말을 기대한  같은 아이는 책 내용이 끝나도 쉽사리 다음 행동들을 하지 못했고 눈은 그렁그렁 입은 삐쭉삐쭉 댔으며 슬프면 울어도 된다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급히 얼굴을 이불에 파묻고  그대로 엉엉 울었다.


나는 아이가 우는 것에 보통은 질색팔색 한다. 엄마 나이 만 4세가 다 되어가지만 아직까지 울음소리 견디기가 매우 힘들고 무척 괴롭다.


이유가 어찌 됐든 우는 아이에게 화낼까 겁나 다른 곳으로 몸을 피하면 꼭 굳이 내 쪽으로 다가와 그렇게 울어댄다. 참아야지 참아야지 하다 결국엔 날이 선 감정을 듬뿍 담아 그만 울어! 하며 소리를 지르게 되고 아이는 내 소리 받고 자기 소리 더해 더 크게 외친다.

    

                      “아니야! 울어야 돼!!!”


화가 치밀어 올라오지만 허벅지 찔러가며 참아야 하는 이유. 바로, 아이는 울어야 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습득되어 왔는지 모를 울음 참는 일을 내 아이에게 대물림해 줄 수는 없다.


짜증 내며 징징거리는 울음에는 단호함을 더해 말로 표현하는 법을 가르쳐 줘야 한다면, 슬퍼서 속상해서 서운해서 보고 싶어서 외로워서 억울해서 기뻐서 혹은 아무 이유 없이 그냥 나오는 울음에는 한없이 따뜻하고 격렬하게 응원해 줘야 한다는 걸.(알고는 있지만 아는 듯 모르는 듯)


허구한 날 장난치고 까불어대는 망아지인 줄만 알았는데 오늘 아이의 눈물에서 자람을 마주한다. 너의 보석 같은 눈물로 마음에 물을 낙낙히 주렴. 꾸준히 그렇게 마음을 지키고 가꾸다 보면 어느새 이 세상 아름다운 모든 것 품을만한 윤기 좔좔 비옥한 마음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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