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8, 2021
머리카락이 어깨까지 오는 남자아이와 사람 많은 곳에 가는 것이 이렇게 흥미진진한 일인가 싶다.
지금까지 백이면 구십구, 우리 집 어린아이를 ‘남자아이’라고 표현한 사람을 본 적이 없고. 여기서 말하는 ‘사람’은 거의 어른이라고 볼 수 있다.
“저 여자아이도 그네 타고 싶나 봐. 비켜주자.”
“저 여자아이가 양보해 주네?”
“저 여자아이 자전거 빠르게 탄다.” 등등
보통 누군가가 “여자아이(Mädchen)”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 아이와 나는 눈을 마주치며 찡긋 웃어본다. 아이가 웃길래, 그러길래 나는 아이도 그 상황을 재밌어하는 줄 알았다.
오늘도 어김없이 놀이터에서 여자아이라는 소리를 들었고. 밤이 되어 잠자리에 누웠는데 문득 아이에게 직접 물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단아, 사람들이 너를 여자아이라고 부르면 기분이 어때?
-안 예뻐. (보통 좋지 않다는 것을 이렇게 표현)
-아 진짜? 기분이 안 좋아? 엄마는 너가 웃길래 엄마처럼 재밌어하는 줄 알았어. 근데 왜 기분이 안 좋아?
-나는 Junge(남자아이) 니까.
그럼 사람들이 여자아이라고 말할 때 엄마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냐 물으니 우리 에단이는 남자아이라고 말해 주란다.
한국 여자아이와 놀이터에서 몇 번 만나 놀고 온 그날도, 나에게 분홍색 종이를 주며 “여자는 핑크”라고 말했더랬다.
-에단이 너도 여자는 핑크라고 생각해?
-아니, 00이가 그렇게 말했어.
-색깔에는 여자, 남자가 따로 없어. 누구든지 무슨 색이든 좋아할 수 있는 거야. 에단이 너도 핑크 좋아하잖아. -응! 엄마도 핑크 좋아하지?
이게 어디 남자, 여자 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일까.
나는 A가 확실한데 자꾸 나에게 B라고 하니 기분이 별로일 수밖에. 혹여나 A 같이 보인다 할지라도 진짜 A가아닐 수도 있을 수밖에. A다, B다 정하지 말고 A와 B 모두 안아줄 C를 발견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