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10, 2021
생일날 밝히려고 둔 초를 어제 키고 싶다길래 그러자고 했다. 초에 불 붙여 생일 축하 노래도 부르고 사진도 찍었고.
그리고 오늘, 밖에 나갔다 집으로 오는 계단에서 자기를 안아줄 수 있느냐고 물어본다. 공손하게 부탁했으니 오늘은 업어주는데 4살이 되면 좀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이제 너는 너무 튼튼해져서 아주 많이 무겁다고. 그랬더니 자기는 지금 4살인데 왜 업어주냐 묻는다.
아직 생일이 안 지났으니 세 살이라는 말에 “어제 촛불 켰잖아.”라고 또박또박 정확하게 표현하는 아가야, 이르지만 생일 축하한다.
이제 나는 루자 부자 발코니(루돌프 코가 밝으니)도, 차표 필요 없어요 주님 차장 되시니 나는 음경(염려) 없어요 도 들을 수 없지만.
이제 너는 지저귀는 새소리에 새들이 노래를 만드네라고 말할 수도 있고, 눈 감은 나에게 엄마 자? 생각해?라고 물을 수도 있으며, 빨갛게 물든 노을을 보고 해님이 내려가고 있으니 하늘색도 그리고 거기에 더해진 나무색도 아름답다 감탄할 수 있고, 새까만 밤하늘에 촘촘히 박힌 별님들을 엄마도 보고 싶냐며 궁금해하는 사람이 되었네.
너는 나와는 다르길 간절히 바라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결국엔 나 같은 너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걱정하고 있구나 싶어. 너를 위한다면 답은 이미 정해져 있겠지. 너의 생각을 묻고 마음을 들어주며 오해하지 않기. 그러기로 약속할게. 늙은 엄마는 자꾸 잊어뿌러서 이렇게 써놓기로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