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31, 2021
오이를 주면 된장을 찾고, 오마(독일할머니) 집에서 늬끼한 버터 바른 빵 먹고 온 날이면 어김없이 된장국을 찾는 우리 집 어린이는 된장을 참 좋아한다.
온라인 한인마트에서 주문한 된장은 깜깜무소식. 된장은커녕 아시아 마켓 하나 없는 곳에서 세 달 정도를 버티고, 독일 돌아와 제일 먼저 한 일이 된장을 구매한 것인데. 온다고 해놓고 오지를 않는다. 우리 집 어린이는 왜 된장이 오질 않냐며 택배 아저씨를 심지어 늑대 소년에 비유했다.
집 근처 한인마트는 없지만 한인식당 하나가 있는데 코로나 때문인지 왜 때문인지 장사 하는 걸 본 적이 거의 없다. 오늘도 혹시나 했지만 프라이데이나잇 이니 분명문을 열었을 거라 확신하며 놀이터에서 집 가기 싫어하는 어린이에게 된장국 사러 식당에 가자고 말했다. 하던 일 만사 제쳐두고 자전거 페달 떨어져라 빨리도 달려간다.
된장찌개 하나만 시키기 뭐해 짬뽕밥도 시키고, 카드가안된다고 해서 에이티엠기 가서 현금도 뽑고, 요리되는동안 밖에서 여기저기 구경하고. 이 과정 동안 싫은 소리 한마디 안한 우리 집 어린이 진짜 된장국이 먹고 싶었나 보다.
집에 와서 음식들 그릇에 담고 감사합니다 먹기 시작. 뭐 와우 대박 이 정도 음식들 아니고 정성 가득 엄마 손표 음식도 아니다. 그냥 먹을만한 정도였다. 된장이 고팠던 우리 집 어린이는 국물을 야무지게 숟가락으로 퍼먹고 흰쌀밥 위에 좌르르 끼얹어가며 먹더니 갑자기
“이것보다 엄마께 더 맛있어”
라며 급 고백을 한다. 그래. 너도 입맛이라는 게 있지. 너의 입에도 소울을 울리는 정도의 된장맛은 아니었겠지. 너의 엄마 그러니까 내가 끓이는 된장국엔 적어도 아니 많이도 사랑이란 게 들어있을 테니까.
국자에 된장 한 숟가락 넣고 탁탁탁 물에 푸는 모습에 엄마 왜케 요리 잘해? 라며 눈을 똥그랗게 뜬 몇 달 전의 너와 내가 끓인 된장국이 더 맛있다고 말해준 오늘의 너를 나는 과연 영혼 담아 사랑하고 있을까? 너처럼넉넉하게 표현해 주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