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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hmack Aug 02. 2021

된장

July 31, 2021

오이를 주면 된장을 찾고, 오마(독일할머니) 집에서 늬끼한 버터 바른  먹고  날이면 어김없이 된장국을 찾는 우리  어린이는 된장을  좋아한다.


온라인 한인마트에서 주문한 된장은 깜깜무소식. 된장은커녕 아시아 마켓 하나 없는 곳에서 세 달 정도를 버티고, 독일 돌아와 제일 먼저 한 일이 된장을 구매한 것인데. 온다고 해놓고 오지를 않는다. 우리 집 어린이는 왜 된장이 오질 않냐며 택배 아저씨를 심지어 늑대 소년에 비유했다.


집 근처 한인마트는 없지만 한인식당 하나가 있는데 코로나 때문인지 왜 때문인지 장사 하는 걸 본 적이 거의 없다. 오늘도 혹시나 했지만 프라이데이나잇 이니 분명문을 열었을 거라 확신하며 놀이터에서 집 가기 싫어하는 어린이에게 된장국 사러 식당에 가자고 말했다. 하던 일 만사 제쳐두고 자전거 페달 떨어져라 빨리도 달려간다.


된장찌개 하나만 시키기 뭐해 짬뽕밥도 시키고, 카드가안된다고 해서 에이티엠기 가서 현금도 뽑고, 요리되는동안 밖에서 여기저기 구경하고. 이 과정 동안 싫은 소리 한마디 안한 우리 집 어린이 진짜 된장국이 먹고 싶었나 보다.


집에 와서  음식들 그릇에 담고 감사합니다 먹기 시작. 뭐 와우 대박 이 정도 음식들 아니고 정성 가득 엄마 손표 음식도 아니다. 그냥 먹을만한 정도였다. 된장이 고팠던 우리 집 어린이는 국물을 야무지게 숟가락으로 퍼먹고 흰쌀밥 위에 좌르르 끼얹어가며 먹더니 갑자기


                  “이것보다 엄마께 더 맛있어”


라며 급 고백을 한다. 그래. 너도 입맛이라는 게 있지. 너의 입에도 소울을 울리는 정도의 된장맛은 아니었겠지. 너의 엄마 그러니까 내가 끓이는 된장국엔 적어도 아니 많이도 사랑이란 게 들어있을 테니까.


국자에 된장 한 숟가락 넣고 탁탁탁 물에 푸는 모습에 엄마 왜케 요리 잘해? 라며 눈을 똥그랗게 뜬 몇 달 전의 너와 내가 끓인 된장국이 더 맛있다고 말해준 오늘의 너를 나는 과연 영혼 담아 사랑하고 있을까? 너처럼넉넉하게 표현해 주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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