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31, 2021
낯선 어젯밤의 너. 한 시간 정도 울어젖혔나.
바지가 불편하다는 말을 시작으로, 자고 싶은데 멍멍이 짓는 소리에 못 자겠다는 말을 시작으로, 숨넘어가기 직전까지 울었다. 한 시간 동안 너는.
안 울고 싶은데 울고 싶어.
바지 벗고 싶은데 안 벗고 싶어.
더운데 옷은 입고 싶어.
선풍기 하고 싶은데 안 하고 싶어.
선풍기 배터리가 없는걸 보고 배터리가 있어야 해.
고개를 돌리는 나에게 엄마는 우는 나를 봐야 해.
그만 울라는 소리에 아니야 더 울어야 해.
이런 식의 말을 얼굴이 빨개져라 울면서 반복했다.
마지막은 아빠가 선풍기를 충전해 주고 내가 화장실에 다녀옴으로써 마무리되었고, 차분해졌을 때 말로 부드럽고 설명해 주고 싶었지만 이미 화와 짜증을 많이 낸 관계로 입은 다물고 젖은 얼굴과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주며 꼭 안아줬다. 서러웠는지 숨을 흐흐흑 내뱉더니 조금 뒤에 스르르 잠에 든 아이 옆에서 하아 육아 정말 힘들다를 내뱉고, 정말 신기하게도 매번 새로운 장면에 직면하는 이 세계가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오늘 기분이 좋을 때. 어제저녁에 많이 운 것이 기억나느냐고 왜 울었냐고 물었다. 운 것은 기억이 나는데 왜 때문인지는 모르는 거 보니 그냥 그렇게 좀 울고 싶은 날이었나 보다. 엄마는 너를 도와주고 싶었는데 이유를 알지 못해서 너무 답답하고 슬펐다고 했다. 다음번에 그렇게 또 울고 싶을 때 엄마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냐 물으니 그냥 꼭 안아 달란다. 저번에도 이런 유의 답을 들은 것 같은데 기억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다음번에는 잊지 않기를 다짐하며 혹시나 잊으면 엄마에게 꼭 말해 달라고 부탁했고 자기도 우느라 기억을 못 했다며 다음엔 꼭 기억하겠다는 너의 다짐을 또 곧이곧대로 믿는 나는 미련한 엄마인가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