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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hmack Oct 06. 2021

다른 여자의 너(Feat.딴여자꺼)

May 31, 2021

낯선 어젯밤의 .  시간 정도 울어젖혔나.

바지가 불편하다는 말을 시작으로, 자고 싶은데 멍멍이 짓는 소리에 못 자겠다는 말을 시작으로, 숨넘어가기 직전까지 울었다. 한 시간 동안 너는.


안 울고 싶은데 울고 싶어.

바지 벗고 싶은데 안 벗고 싶어.

더운데 옷은 입고 싶어.

선풍기 하고 싶은데 안 하고 싶어.

선풍기 배터리가 없는걸 보고 배터리가 있어야 해.

고개를 돌리는 나에게 엄마는 우는 나를 봐야 해.

그만 울라는 소리에 아니야 더 울어야 해.


이런 식의 말을 얼굴이 빨개져라 울면서 반복했다.

마지막은 아빠가 선풍기를 충전해 주고 내가 화장실에 다녀옴으로써 마무리되었고, 차분해졌을 때 말로 부드럽고 설명해 주고 싶었지만 이미 화와 짜증을 많이 낸 관계로 입은 다물고 젖은 얼굴과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주며 꼭 안아줬다. 서러웠는지 숨을 흐흐흑 내뱉더니 조금 뒤에 스르르 잠에 든 아이 옆에서 하아 육아 정말 힘들다를 내뱉고, 정말 신기하게도 매번 새로운 장면에 직면하는 이 세계가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오늘 기분이 좋을 . 어제저녁에 많이  것이 기억나느냐고  울었냐고 물었다.  것은 기억이 나는데  때문인지는 모르는  보니 그냥 그렇게  울고 싶은 날이었나 보다. 엄마는 너를 도와주고 싶었는데 이유를 알지 못해서 너무 답답하고 슬펐다고 했다. 다음번에 그렇게  울고 싶을  엄마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냐 물으니 그냥  안아 달란다. 저번에도 이런 유의 답을 들은  같은데 기억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다음번에는 잊지 않기를 다짐하며 혹시나 잊으면 엄마에게  말해 달라고 부탁했고 자기도 우느라 기억을  했다며 다음엔  기억하겠다는 너의 다짐을  곧이곧대로 믿는 나는 미련한 엄마인가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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