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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hmack Apr 10. 2021

구름 위에서

January 31, 2021

공갈은 침대 있는 곳에서만 물기 시작한 지 몇 주 째다.어련히 끊겠지 하는 쿨한 마음 한편엔 사실 아이의 울음을 견디지 못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늦출 수 있는 만큼 늦추고 싶었고 많이 귀찮긴 하지만 특별히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니라며 위로했다.
저녁잠을 앞둔 오후, 공갈을 물고 신나게 뛰고 있는 아이에게 침대에서만 하기로 한거 아니었냐며 이제 필요 없지 않냐며 스치듯 아빠는 말한다. 그런데 갑자기 그럼 창문 밖으로 공갈을 직접 던지겠다고 한다. 으응? 진짜? 오늘? (이걸 어쩌지. 진짜 던지고 나서 울고불고 하면 어쩌지. 어우 피곤한데 어쩌지) 기어이 창문 쪽으로 기어 올라가더니 창밖으로 냅다 던진다. 차 안에서 사용하는 비상용도 기어코 가지고 와서는 홱 던져버린다. 기념적이고 뭐고 간에 분명 잠자리에서 울고불고 할 아이를 그려보며 정말 마지막으로 숨겨놓은 공갈 하나의 위치를 머릿속으로 확인할 뿐.

드디어 시간은 흐르고 함께 침대에 눕는다. 평소에 하던 의식을 치르고, 나는 공갈의 기역도 언급하지 않는다. 평소 때와 같이 의식이 끝나고 나니 흔히들 말하는 현타가 왔나 보다. 손가락을 입속에 넣어보고 침이 묻으니 이불에 닦고 그러다 이불을 입에 넣어보고 손을 이리저리 천장에 비춰보고 혀를 쯧쯧 차보고 기저귀를 갈아달라고 3번이나 요청하고 몸을 이리저리 굴려보고 갑자기 눈이 빨개지고 입이 삐죽해지더니 울음을 삼키며 바람 한 97퍼센트 섞인 콩만 한 목소리로 ㅎ고옹ㅎ가ㅎ알 이런다.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나오려는 걸 눈을 꽉 감고 버텼다. 그렇게 벌레 물린 다리를 긁어달라고 하더니 시원했는지 스르르 눈이 감긴다.

어머 진짜 웬일이야. 울지 않고 이렇게 잠드는 거야. 뭐야 이거. 너무 기뻐 남편에게 달려가 이 소식을 전하며 둘이 얼싸안고 뭐 아주 흥분의 도가니다.ㅋ

정확히 1시간 반 뒤에 깨서 1시간 동안 울며 공갈을 찾았지만 자지러지는 울음 아닌 서러워 징징대는 울음이어서 견딜만했고 그다음 날은 잠들기 전에 한 시간 정도 서럽게 울더니 깨서 울지 않고(뒤척이며 깨긴 한다. 울지 않는 게 중요) 아침까지 잘 자주었다.
3년 동안 동고동락한 친구인데 어디 하룻밤 만에 마음이 정리가 될까. 인생에 있을 많은 이별 중 첫걸음을 내디딘 이 존재에게, 그리고 자기가 내뱉은 말과 행동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 한 내 아이에게 나는 이 말 밖에는해 줄 수가 없었다.

“많이 힘들지. 엄마가 알아. 세상을 살다 보면 슬픈 일이 있을 수 있어. 그래도 끝까지 해 낼 수 있도록 엄마가 도와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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