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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하 Apr 14. 2023

리드미컬한 템포를 가진 게임

돈을 가장 호쾌하게 획득하고 유저 집중력 텐션을 더 강하게 만들자


세기화통은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차량부품 업체입니다. 이 업체는 2010년대 중반부터 게임 업체들을 인수했고 현재 샨다게임즈, FunPlus, CMGE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습니다. 제가 재직했던 센추리 게임즈 코리아는 세기화통의 자회사들 중 하나입니다. 이 회사는 넷마블의 글로벌 버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넷마블은 자계열사들이 대부분 한국 회사들로 한 지역에 뭉쳐있지만, 세기화통은 센추리게임즈라는 영문명으로 전 세계에 계열사를 배치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센추리게임즈 아이들마피아

2022년 중반, 센추리게임즈에서 출시한 ‘아이들마피아’를 역분석하게 되었습니다. 분석 이유는 초반 플레이 밸런스 설계 시 해당 게임을 보여주는 타겟층은 유저가 아니라 센추리게임즈의 CQ였습니다. 또한 당시 게임 개발 중 해당 게임에 대한 이야기가 은연중에 계속해서 흘러나왔습니다. 한국에서는 유명하지 않은 게임이며, 번역은 되어 있지만 마케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게임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매출이 강하게 발생하고 있어 한국 시장에 급급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pixabay

중국 시장은 이전에는 한국 게임 시장을 동경하는 시각이었지만, 최근에는 테스트에 가까운 시각을 지니고 있습니다. 마치 한국 시장이 대만 시장을 통해 사전 동향을 체크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또는 반대로 내수 시장에서 성공한 작품을 한국이 대만 퍼블리셔에게 판매하는 것처럼, 중국 게임들도 한국 배급사에 이름을 바꾸고 번역 후 판매되어 들어올 때가 있습니다. 가슴 아픈 얘기이긴 하지만, 이제 중국 업계는 한국 시장의 단수를 조금 낮게 보는 것입니다.

pixabay

한국 앱마켓에서도 게임 플레이 흐름이 아쉬운 게임들이 자주 보입니다. 예를 들어, 귀여운 특정 테마를 가지고 여성 유저를 타겟으로 하는 게임들은 귀엽고 아기자기하지만, 실제 게임을 플레이해보면 매우 느리다는 인상을 심하게 받게 됩니다. 게임 초반 10분을 지루해서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템포가 느려진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게임 내에서 초반 플레이 동선의 짜임은 한 편의 콩트와 같습니다. 서로의 수를 비교하는 최상위 밸런스가 아닌, 한 명의 유저를 마치 콘솔 게임 및 스탠드 얼론 플레이에 집중시켜 아예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게임의 구색이나 시스템이 재미가 없어서 유저가 종료하는 것이 아닙니다. 같은 시스템이더라도 그 안의 수치와 경험의 흐름 속도에 따라서 유저는 게임을 종료하지 않고 그 세상에 갇힐 수도 있습니다.

센추리게임즈 아이들마피아 화면

단적인 예를 들자면, 센추리게임즈의 '아이들마피아'는 중반까지 대부분 챕터의 클리어 타임이 거의 비슷합니다.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마피아 보스로서 지역의 일정 금액을 모아야 합니다. 하지만 게임의 템포는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금액의 단위만 달라지고 초반의 호쾌한 플레이 느낌이 계속 유지됩니다. 나중에 3~4일 차가 되면 게임에 허들이 생기고, 하고 싶지 않아도 내가 사용한 시간이 아깝기 때문에 소액을 사용해 과금하고 싶은 마음이 끓어오르게 됩니다.

pixabay

해당 사항을 간과한 아트만 예쁘고 밸런스 기획이 부실한 게임은 수치 밸런스라는 함정에 빠져 유저들의 텐션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목표량이 높아지더라도 수급되는 수치의 양은 크게 증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센추리게임즈 아이들마피아

가령, 아이들마피아는 1K를 100K로 만드는 데 60초가 걸렸다면, 박자를 쪼개지 않고 총량의 느낌과 감각이 유지되도록 곧바로 열리는 건물이나 다음 챕터에서도 2T씩 획득하거나 1K가 틱 단위로 들어와 200T까지 60초가 걸리게끔 디자인됩니다.

하지만 잘못된 타이쿤 게임은 튜토리얼에서 100을 만드는 데 15초가 걸리고, 다음 튜토리얼에서는 30초, 챕터를 넘기면서는 2~3분씩 소요되는 현상이 벌어집니다.

이렇게 되면 해당 게임의 세계에서 내가 녹아들기 전에 시간이라는 장벽이 크게 벌어지게 됩니다.

유저는 이미 어느 정도 허들이 걸리는 챕터 스테이지가 왔을 때, 짧게는 6시간, 길게는 12시간 등을 대기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 이후의 상황에서는 건물 생산이나 증축 시간의 폭이 너무나 커져서 감당하지 못하게 됩니다.

쿠키런 킹덤의 쿠키성 15 레벨은 90일이 필요하다.

물론 아이들마피아도, 유명한 한국의 쿠키런킹덤도, 라이즈오브킹덤도 건설시간이 30일을 넘어가는 경우가 생깁니다. 사실 어느 순간부터는 크게 상관없습니다. 몇 달에 한번 있는 건물 증축 상한이 한 번씩 생길 뿐이거든요. 또한, 이미 상위권 경쟁을 하기 시작한 유저들이라 건설 시간 단축권은 돈으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가장 중요한 초반의 호쾌함을 만드는 방법을 우리는 성공한 게임에서 차갑게 찾아낼 필요가 있습니다. 스스로도 너무 몰입되고 뜨거워져서 그런 과정이 있었는지도 잊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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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글은 개인 의견임으로, 과거나 현재 재직 중인 회사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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