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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하 Mar 15. 2023

동물의 숲과 데스스트랜딩: 하드웨어의 한계를 넘어서 2

방출된 주민들의 감성 연결과 데스스트랜딩의 추가 사례

https://brunch.co.kr/@1cf6917f0d57434/2

1편에 연속되는 글입니다.


게임 세계의 깊이는 그 안의 콘텐츠만큼이나 감정적인 연결에서 비롯됩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동물의 숲'은 그야말로 명작 중의 명작이었습니다. 제가 겪은 경험 중 일부를 나누려고 합니다. 먼저, 제가 가족, 친구, 그리고 회사 동료들과 함께 동물의 숲에서 보낸 순간들은 정말로 특별했습니다. 공식 콘텐츠인 낚시 대회나 벌레 채집 대회는 물론, 서로의 섬에서 패션쇼를 주최하거나 수확물을 교환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 동료가 그의 섬에 새로운 주민이 오게 됐다며 그 사실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 주민의 이름을 들었을 때, 저는 그 주민의 못생긴 특징과 성격을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생각은 그 주민의 낮은 거래 가치였죠. 하지만 저는 그 동료의 감정을 고려하여 축하의 의미로 간단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하지만 그 응답은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그 주민은 당신의 섬에서 왔다는 말을 했어요." 그 주민은 이미 제 섬에서 방출된 지 오래된 주민이었습니다. 그렇게 교환이 이루어질 수 있는 건지, 아니면 네트워크 상의 오류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런 상황을 직접 겪는 것은 정말로 특별한 경험입니다. 이는 기술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나 이러한 작은 디테일을 게임에 포함시키는 것은 정말로 특별한 기획력을 필요로 합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항상 최고의 전략을 찾아 플레이하는 습관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특별한 상황을 겪을 수 있다는 건 정말로 놀랍습니다. 그래서 이런 세세한 부분에서 느껴지는 감동이나 감정적인 연결은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적인 부분보다 이런 감정적인 부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일본 게임 개발자들의 섬세한 감정 설계와 디테일에 다시 한번 감동하게 되었습니다.



데스스트랜딩은 그 자체로 감성과 기술의 미묘한 결합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게임 내에서의 감성적인 기획 능력은 일본의 디자인 철학이 깊숙이 담겨 있음을 암시하며, 동시에 현대의 네트워킹 기술과의 조화로 인해 독특한 게임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 게임에서는 고도로 발전된 서버 기술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그 대신 플레이어들 간의 비동기 네트워크 플레이가 도입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플레이어들은 각자의 세계에서 이동 수단을 구축하고, 이를 다른 플레이어들과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이는 서버 상에서 대략 100명의 플레이어가 동시에 연결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이들 플레이어가 설치한 아이템의 위치 정보는 모든 세션에서 공유됩니다.


물론, 이러한 방식은 동시다발적인 플레이를 어렵게 만드는 제약 사항들 때문에 도입하게 된 것을 알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그 제약이 생성하는 상호 작용이나 다른 플레이어와의 연결감은 더욱 깊어집니다. 실제로 다른 플레이어가 자신이 설치한 아이템을 사용했을 때의 그 쾌감, 또는 그 아이템에 '좋아요'를 받았을 때의 뿌듯함은 마치 실시간으로 같이 게임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동물의 숲에서의 경험도 이와 유사합니다. 두 게임 모두 비동기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플레이어 간의 상호 작용을 깊게 연구하고 구현하여, 각자의 세계에서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반면, 한국과 중국의 게임 산업은 다른 방향으로 발전해왔습니다. 한국은 지난 15년간 큰 규모의 실시간 네트워크, 예를 들면 1000 vs 1000의 공성전 같은 것에 초점을 맞추어 기술을 발전시켰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다르게 접근했습니다. 하드웨어의 한계로 인해 서버 기술 자체는 크게 발전하지 않았지만, 그 대신 플레이어의 감정과 연결될 수 있는 감성적인 기획 능력을 꾸준히 발전시켰습니다. 이런 점에서 일본의 게임 디자인 철학은 기술의 한계를 단순한 제약으로 보지 않고, 그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창의적인 접근을 추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게임은 단순한 기술의 집합이 아닙니다. 그것은 플레이어의 감정, 경험, 그리고 상호작용의 집합이며, 이러한 감정을 깊게 파고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두 게임 모두가 잘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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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글은 개인 의견임으로, 과거나 현재 재직 중인 회사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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