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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하 Mar 15. 2023

동물의 숲과 데스스트랜딩: 하드웨어의 한계를 넘어서 1

게임 초반 동물의 숲 주민 거래 상황

일본 게임에서는 특별한 '비동기 네트워크 감성'을 많이 활용하는데, 그중에서도 2020년도에 동물의 숲이 한국을 강타한 사례는 그 중요성을 잘 보여줍니다. 이 게임의 특성과 왜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시점의 유저 시장의 상황과 게임 내의 독특한 메커니즘을 함께 파악해야 합니다.

한 유저는 “섬을 꾸미고, 동물들과 대화하며 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 주민들을 거래하는 것 자체에도 큰 재미를 느낀다”라고 표현했습니다. 동물의 숲에서는 게임 내에 절대적인 선과 악이 존재하지 않아, 플레이어는 자신만의 독특한 경험 세계를 창조하며 풍부한 스토리를 만들어나가게 됩니다.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서는 동물 주민들을 데려올 수 있는 독특한 흐름이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매일의 과제와 업적을 통해 마일리지 티켓을 얻게 됩니다.

이렇게 얻은 마일리지 티켓을 사용하여 특별한 마일리지 섬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이 섬에서는 랜덤으로 한 명의 동물 주민이 기다리고 있고,

그 주민과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자신의 섬에 그들을 초대하게 됩니다.


많은 유저들은 미모의 동물 주민들을 섬에 초대하는 것에 큰 재미를 느낍니다. 각 동물 주민에는 고유의 성격이 있습니다. 이 성격은 그들의 행동과 말투를 결정하게 되는데, 유저들은 섬의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 성격 중복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예쁜 동물만 모으는 것이 아닌, 다양한 성격과 종족을 고려한 주민 구성이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이러한 트렌드는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발히 토론되었으며, 네이버 카페나 디시인사이드에서는 유저들이 자신의 주민 배치나 섬의 모습을 자랑하는 것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오늘의 집' 사이트에서의 인테리어나 가구 배치를 보며 따라 하고 싶은 마음과 유사한 감정을 일으킵니다.

특별히, 새로 업데이트된 '잭슨'이나 전작에서부터 인기를 끌었던 '쭈니' 같은 주민들은 한국 유저들의 '평균을 원하는' 특성 때문에 굉장히 높은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이런 주민들을 얻기 위한 노력이나 이야기는 많은 유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고, 그것이 동물의 숲의 큰 매력 중 하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잭슨

동물의 숲의 주민들에게는 각기 고유한 매력이 있어, 유저들 사이에서는 그들을 평가하고 랭크를 매기는 비공식적인 체계가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주민 중에서도 각별한 인기를 끄는 캐릭터들에게는 'S랭크'라는 높은 평가를 받게 되었죠.

이러한 S랭크 주민들은 그들의 인기도에 비례하여 '마일리지 티켓'을 비롯해 실제 현금으로까지 거래가 이루어졌습니다. 게임 내부에선 이렇게 특정 주민을 직접 거래하거나 원하는 주민을 선택하는 기능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게임 개발사의 의도는 플레이어가 주민들과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감성적인 경험을 즐기도록 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항상 평균 이상의 결과를 추구하는 한국 유저들에게 이런 시스템은 조금은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유저들에게 강한 결핍감을 주었고, 결국 '어떻게든 원하는 주민을 얻겠다'는 강력한 욕구로 이어졌습니다.

예를 들면, '잭슨'이라는 주민은 당시에 마일리지 티켓 1000장, 또는 현금으로 5~10만 원의 가치를 가졌었습니다. 그렇기에, 가족 중에서 이 주민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게임에 익숙한 남편이나 아빠는 이런 금액을 지불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과거에 게임 경험이 풍부한 남성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얼마나 큰 열정이 발휘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마일리지 1000장이면 이론상 하루 종일 게임 내의 마일리지 섬을 방문하며 원하는 주민을 만날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닌텐도 스위치의 처리 속도의 한계로 인해, 주민 한 명을 확인하는데 2~3분씩 소요되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1000장의 마일리지 티켓을 모두 사용하려면 1000분에서 3000분, 즉 수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원하는 주민을 만나지 못한다면, 유저의 실망감은 극도로 커지게 되죠. 더욱이, 시장에는 이런 주민의 값이 형성되긴 했지만, 실제로 판매자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동물의 숲에서 특정 주민, 예를 들면 '잭슨'과 같은 주민을 보유하게 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행운이었습니다. 유저들은 자신의 섬에 그런 주민들을 마치 귀중한 컬렉션 아이템처럼 놓고 그 가치를 누립니다. 단순한 장식품처럼, 그 주민을 한번 보유하게 되면 게임 상에서 그 주민의 복제본이 다른 섬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게임이라는 가상의 세계에서도 '같은 세계에 두 명의 같은 주민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잭슨' 같은 인기 주민을 원하면 이미 그 주민을 보유하고 있는 다른 유저로부터 얻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동물의 숲의 특이한 메커니즘이 문제가 됩니다. 주민을 다른 유저에게 양도할 때, 그 주민이 이전 주인에게 받은 선물이나 말버릇 등이 그대로 전해진다는 점입니다.


이로 인해 '중고 주민', 즉 이전 주인의 흔적이 남아있는 주민은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정 유저들은 게임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주민을 거래하게 됩니다. 잭슨과 같은 인기 주민의 외관을 가진, 그러나 그 안의 특성이나 스타일이 다른 '가짜 잭슨'을 만들어 판매하는 경우도 있었죠.

저는 게임 기획자로서, 시간을 돈으로 바꾸는 행위의 비효율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주도에서 자연산 돔을 잡는 듯한 그 과정의 즐거움에 푹 빠져있었습니다. 저는 직접 마일리지 섬을 방문하여 S랭크 주민들을 찾아 유저들과 거래하는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당시 제가 올린 글의 제목은 "마일리지 1000장으로 자연산 잭슨 팝니다."였습니다.

현재의 당근마켓 어플리케이션의 온도 시스템처럼, 저는 정말 품위 있는 유저들만을 대상으로 잭슨을 판매했습니다. 그 후에도 1000장의 마일리지를 모아두고, 퇴근한 뒤 음악을 들으며, 영화를 즐기면서 여유롭게 주민들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게임 내에서 주민을 거래하는 과정은 매우 복잡했습니다


게임 시스템의 클라이언트 시간을 조작하여 미래로 설정한다.

주민 중 누군가가 섬을 떠날 의사를 표현하게 한다.

'잭슨'이 섬을 떠날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한다.

구매자의 섬에 빈 자리가 있어야 하며, 구매자는 판매자의 섬에 방문해 직접 잭슨에게 말을 걸어 거래를 진행한다.


이 과정은 단순한 '선택 - 수락 - 확인'의 흐름이 아니었기에 복잡했죠.

이런 복잡한 과정 중에서도, 종종 기대에 못 미치는 주민들을 만났습니다. 이러한 주민들은 일정 시간 동안 섬에 둔 뒤 다시 거래하거나, 필요에 따라 방출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저는 게임 기획자로써 이 게임 내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동시에 놀라운 상황과 경험들을 맞닥뜨리게 되었습니다.

https://brunch.co.kr/@1cf6917f0d57434/3

물론 위의 행위들은 마일리지 티켓 복사와 고급 핵을 쓰는 에디터들의 등장으로 한 달 만에 시장이 무너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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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글은 개인 의견임으로, 과거나 현재 재직 중인 회사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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