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이 돌아온 것은 모두 주변의 선한 사람들 덕분입니다.
지난 주말, 시누이가 어렵게 구해주신 베테랑2 무대인사 영화표를 들고 설레는 마음으로 영화와 무대인사까지 야무지게 보고 왔다. 태어나 처음 보는 정해인이라는 연예인의 실물을 보고 두근대는 가슴을 겨우 진정시킨 뒤, 시누이께 감사를 전하고자 들른 동네 빵집에서 정신없이 빵을 사고 나와 집에 돌아오는 길. 갑자기 익숙한 번호로 전화가 왔다.
“00이 어머니 지갑 잃어버리셨죠?”
태권도 관장님의 목소리. 나는 무슨 뜬금포 같은 질문인가 싶어 네? 라고 되묻고는 가방을 들추어봤다. 순간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진짜다!
정신이 어질러진채 황급히 맞다고 응수를 했더니
“지금 어머니 지갑이 근처 경찰서 지구대에 있다고 해요, 얼른 찾으러가셔요“
지갑을 잃어버렸다는 사실도 까맣게 잊었는데 그 전화 한통화로 정신이 퍼뜩 돌아오고 나서 든 생각, 왜 그 많은 사람 중 태권도 관장님에게 전화가 왔을까? 의문을 품으려던 찰나 지갑 속에 얼마전 태권도 학원에 갔다가 명함 한 장 받아 지갑에 넣은 기억이 번개처럼 스친다. 무심코 받아넣은 명함 한 장이 지갑과 나의 끄나풀이 되어준 것이다.
나는 남편의 따가운 시선이 등에 꽂히는 것을 느끼며 서둘러 지구대로 발걸음을 옮겼다.난생 처음보는 경찰서의 생경한 광경에 잠시 얼었다. 이내 지구대 경찰이 봉투에 든 내 지갑과 인계서를 가지고 왔다. 지갑 발견 장소는 바로 아까 빵집 바깥 노상이라고 씌여있었다. 정해인 보고 놀란 가슴 지갑 잃어버린 장소보고 더 놀라버렸다. 만약 누군가가 나쁜 마음 품고 가져가서 당근마켓에 팔아버리기라도 했다면... 생각만해도 몸서리가 쳐진다.
이 지갑으로 말할 것 같으면 얼마 전 남편이 용돈을 털어 사준 샤넬 카드지갑. 경찰서에서 들고 나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니었으면 유통기한이 언제끝날지 모를 남편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며 살아갔갔을 지도 모를일이라 생각하니 크게 한 숨이 내쉬어졌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영화 속 경찰을 만나고 현실 속 경찰을 바로 만나고 온 역사적인 날이네 라는 시덥잖은 생각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공중분해 될 뻔 한 이 지갑을 품속에 꼭 그러앉고 집으로 터덜터덜 돌아왔다.
놀란 가슴 진정시키고 나니 이 지갑이 내 품에 돌아오기 까지 참 많은 사람들의 따뜻한 가슴이 있었구나 싶은 생각에 내 가슴이 뜨끈해져왔다. 빵집 바깥에서 우연히 지구대에 친절히 가져다 준 누군가와, 영문모르고 전화받았을 관장님, 지갑을 소중히 잘 보관해주고 웃는 얼굴로 인계서를 작성하고 조심스레 건네 주신 여경님.
그 세분들의 합작으로 나는 남편의 피땀어린 선물인 샤넬지갑을 무사히 사수할 수 있었다.
영화 주인 공 정해인 보고 가슴 두근거렸지만, 오늘 내 지갑을 찾게 도와주신 현실 속 정해인들은 나를 더 가슴뛰게 만드는 귀인들이다.
세상은 보이지 않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따뜻함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뭉클한 하루였다.
나도 그런 따뜻함에 일조하는 사람이 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