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또 다른 누군가의 밝은 이야기로 희석될 때 슬픔은 옅어진다
평소보다 일찍 출근한 날. 4층에 다다르자마자 연구실로 뛰어들어간다. 주말에 있었던 정해인 실물영접 사건을 선생님들에게 전하기 위해서다. 이미 두 분의 선생님께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계셨고 나는 그 사이를 조심히 비집고 들어가
"저 정해인 실물 영접하고 왔어요."
한껏 들뜬 목소리로 운을 뗀 후 사진까지 보여주며 연구실의 고요한 분위기를 순식간에 업 시켜버렸다. 눈이 동그래진 두 선생님은 함께 흥분하며 내 사진과 감상평에 귀를 기울이셨다. 한 차례 흥분이 지나가니 두 선생님 중 한 분이 말씀하신다.
"그래서 부장님 어떻게 되셨어요?"
아마 내가 오기 전 두분이 어떤 대화를 이어가던 중이셨나보다
"아 다행히 중환자실에서 의식이 깨어나고 말도 하시게 되었어"
뒤이어진 그 말에 나는 순간 얼어붙고야 말았다. 그제서야 어떤 대화를 했는지 물었고 알고 보니 주말 동안 부장님의 어머니께서 의식을 잃고 쓰러지셔서 대학병원으로 실려가셨다는 것. 작년에도 아버님이 그렇게 허망하게 돌아가셔서 마음이 안좋으셨던 부장님.
나는 순간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무런 정황도 모르고 그 저 내 얘기를 전달하기 바빴던 그 순간. 시간을 되돌리고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미안함을 온몸으로 표현하듯 몸을 부장님 쪽으로 귀울이고 눈을 마주치며 얼마나 놀라셨냐고. 의식이 깨시고 말도 하셔서 너무 다행이라고. 이제 괜찮으실거라고. 건강 잘 챙겨드리면 되니 너무 걱정마시라며 진심어린 위로를 해드렸다.
교실로 와서 따로 메세지를 드렸다. 아까 눈치도 없이 그런 얘기를 해서 미안하다고 , 이번을 계기로 더 건강해지실테니 걱정말라고. 부장님도 건강유의해서 오늘 하루 즐겁게 잘 보내자고.
뒤이어 돌아온 부장님의 메세지가 내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다.
" 나는 정해인 이야기 들어서 좋았어.. 주말동안 진짜 생사를 오가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연구실에 나와 쌤의 이야기도 듣고 밝은 분위기로 아침을 시작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해. 그리고 연구실에서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유쾌하고 즐거운 일들로 같이 이겨내야지.
항상 따스하고 정스러운 쌤이랑 동학년이라
위안이 되고 힘이 난다는,,,,"
나도 덩달아 이 평범하고 밝은 하루에 감사하고, 그렇게 생각해주시는 부장님의 마음에 더 감사했다
.
그리고 내 얘기를 부장님께서 기분좋게 들을 수 있도록 잘 회복해주신 부장님의 어머님께도 감사한 여느 하루였다.
누군가에게 예상치 못하게 슬픈 일이 닥쳤을 때, 또 다른 누군가의 밝은 이야기로 그 슬픔이 희석되는 그런 일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일어나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은 한 번 뿐이니까, 되도록 행복한 편이 좋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