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입은 육사시미 - 연화

꽃과 불, 생과 사의 조화

by recitect

요리를 먹는다는 건 단순히 맛을 보는 일이 아닙니다.
눈으로 보고, 향으로 맡고, 입안에서의 온도와 식감을 통해 완성되는 하나의 감각적 경험이죠.

오늘 소개할 ‘연화’는 그런 오감의 경험 위에, 감정과 나름의 생각을 덧입힌 요리입니다.

불을 입은 생고기, 상극의 조화를 테마로 만든 육사시미 기반의 시그니처 디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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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개인적으로 생선회는 잘 먹지 않지만, 육사시미나 육회는 좋아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지금 머무는 호주의 이 지역에서는 육사시미를 먹을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어 아쉬웠던 차였기에 직접 레시피를 짜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기로 했습니다.

마침 육사시미는 날고기를 활용한 요리들 중 가장 고기 본연의 식감과 담백함을 담을 수 있는 형태라고 생각했기에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습니다.


날고기를 그대로 내는 것만으로는 너무 단조로울 것 같았고 그래서 생고기의 상극인 불을 활용하려 고민했습니다.

그저 살짝 토치질만 해서는 향이 나지 않고, 오래 그을리면 타다끼가 되어버리죠. 그래서 꾸덕한 질감의 기름으로 고기를 먼저 코팅한 뒤, 짧은 토치질로 기름층만 태우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이 방식이 꾸덕한 기름층이 고기를 감싸 최대한 타격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마지막엔 기름이 자글거릴 때 후추를 흩뿌려, 불향과 어우러지는 향의 시너지를 더했습니다.


불향과 생고기의 날것만으로는 균형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체 밸런스를 잡기 위해 부드러운 견과류 크림, 그리고 산미와 아삭함을 주는 양파 렐리쉬를 더해줬죠.

이로써 불향과 생고기의 강렬함, 오일의 감칠맛, 그리고 견과류의 포근한 질감과 산미의 대비가 입안에서 조화롭게 어울리도록 설계했습니다.


검은 플레이트 위에 얇게 저민 육사시미를 꽃처럼 배치하고 위에는 견과류 크림과 렐리쉬를 원형을 따라 포인트처럼 흩뿌려, 검고 붉은 단조로움 속에 하얀 생동감을 불어넣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뭔가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들어 고민하던 중, 견과류 분태와 김부각을 추가해 식감을 보완하고, 고소함의 층을 더해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이 요리의 연화(然花)라는 이름은 ‘불을 입은 꽃’이라는 뜻을 담았습니다.

생고기로 만든 꽃이 의미하는 생생함, 불이라는 요소가 가진 이미지로 생과 사, 살아있는 것과 가장 멀리 있는 것.

서로 부딪히고 녹아들지 않을 것 같은 요소들을 함께 두었을 때, 나오는 조화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죽음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고, 그렇기에 우리는 살아 있는 동안 의미 있는 무언가를 찾고 지키려 노력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연화는 그런 삶의 여운과 상극의 조화를 접시에 담아낸 요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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