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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읽는 인간 Jul 08. 2024

결혼, 당신은 안녕하신가요?

세 번째 이야기;  한 사람을 온전히 견뎌낸다는 것

“어떤 사람과 결혼을 해야 할까요?”


얼마 전 TV에서 MBC 박지민 아나운서가 오은영 박사에게 결혼 상대자에 대해 물었다. 이혼의 위기에 놓인 부부들을 다룬 TV 채널 ‘결혼 지옥’의 MC를 맡고 있는 데다, 미혼인 박지민 아나운서 입장에서는 가장 궁금했을 질문이다 싶었다. 그래서 나 또한 대답이 몹시 궁금했다. 부부문제를 수없이 다뤄본 정신과 전문의는 좋은 결혼 상대자의 특징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보고 싶었다. 오은영 박사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같이 있을 때 편한 사람”


그럴 수 있겠다 싶다. 편안함을 느낀다는 것은 자신을 꾸미거나 가면을 쓸 필요가 없으니 결혼 후 변했다느니 이럴 줄 몰랐다느니 하는 일로 갈등은 없을 테니까. 여러 복잡한 조건이나 특징에 앞서 결혼이라는 환경을 놓고 보면 ‘편안함’은 가장 필요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만큼 중요하고 필요한 게 맞다. 그래서 안전기지 같은 어려운 말까지 덧붙여 설명하는 오은영 박사의 대답이 참 현명하게 생각되었다. 하지만, ‘편안함’이 좋은 관계의 전부가 아니듯 깊이 곱씹어 볼 말이다. 우리는 전문가들이 뭔가 정의를 내리면 그 배경이나 의도는 생각지 않고 특정 워딩에 함몰되는 경우가 많다. 편한 사람이라는 것도 생각해 보면 관계의 조건이 아닌 결과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나는 가만히 앉아 생각해 봤다. 우린 어떤 사람과의 관계에서 편안함을 느낄까? 그러다 문득 위화 작가가 TV 특강에서 들려준 얘기가 생각났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우리 삶을 이처럼 명쾌하게 꿰뚫는 위트가 또 있을까 싶다.


“인생은 슬픔 속에 기쁨을 편집해 넣은 것이다.”

- 위화 작가 -


맞다. 살다 보면 기쁘고 축하할 일 보다, 속상하고 다툴 일이 더 많다. 그러니 속상하고 다투더라도 서로를 위로하는 마음을 잃지 않아야 건강한 관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오죽하면 많은 사람들이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하기보다 싫어하는 것을 하지 말라 하겠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결혼과 연애는 다르다. 연인으로서 느끼는 편안함과 결혼 후 배우자로서 느끼는 편안함이 같을 수 없다. 결혼 후에는 여러 환경의 변화를 겪게 된다. 연애는 둘만의 관계라 다투고 돌아서면 끝이다. 하지만 결혼을 하게 되면 좋든 싫든 한 공간에서 계속 같이 있어야 하고, 수많은 관계와 연결되니 갈등의 양상도 훨씬 복잡다단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편안함에 이르려면 갈등 상황을 잘 다루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성숙한 감정처리는 성숙한 인격의 처음과 끝이다.”

- 이동식 박사 -


그런 면에서 나는 아내와의 갈등 상황에서 크게 미성숙했다. 연애 때도 그랬고, 결혼해서도 그랬다. 뭐 좋은 거라고 일관되게 미성숙했다. 아내와 다투게 되면 나는 시간을 들여 감정을 추스른 후 대화가 가능하고, 아내는 앙금이 남지 않도록 대화를 통해 감정을 털어내려 했다. 말하자면 나는 쉼표가 필요했고, 아내는 마침표가 필요했다. 이런 차이로 결혼생활 내내 많은 다툼이 있었고, 아내가 큰 상처를 받았다. 그래서 나는 아들과 딸에게 나의 미성숙했던 부분을 알려주면서, 좋은 사람을 고르는 기준으로 갈등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잘 살피라 일러준다. 좋을 때야 한없이 좋기만 하지만, 속상하고 다툴 때 그 사람의 본모습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감정이 격정적일 때 그 사람의 그릇이나 인격이 드러나는 것을 일상에서 수도 없이 목격하지 않는가?


그래서 편안한 사람은 기쁨을 주는 사람보다 속상하고 다투더라도 현명하게 감정을 풀어내는 사람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아내를 참 현명한 사람이라 느낀다. 그런 현명한 아내의 영향 덕분에 성숙한 감정처리를 배울 수 있었다. 나는 안다. 지금은 아내와 속상한 일로 다투더라도, 우리는 곧 서로의 마음을 잘 헤아려 앙금이 남지 않도록 다시 토닥일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그래서 아내는 내게 참 편안한 사람이다. 아내와 30년 가까이 지내면서 나는 경험적으로 알게 되었다. 격정적일 때조차 자신의 감정을 현명하게 처리하는 사람을 통해서만 편안함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그걸 누구는 사랑이라 말하고, 또 누구는 믿음이나 신뢰라 말한다.


이쯤에서 스스로 되묻는다.

결혼은 서로를 견뎌내는 것일까? 아니면 함께 성장하는 것일까?

아주 오래전 읽은 책에서 담아둔 건강한 관계의 비밀로 우문에 현답을 해본다.

두 척의 배가 먼 길을 안전하게 항해하기 위한 세 가지 조건;
첫째. 각자의 연료
둘째. 같은 목적지
셋째. 적당한 간격
/ 이민규 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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