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가슴살과 채소구이를 곁들인 토마토양파카레
모처럼 일이 일찍 끝나 친구와 점심을 먹었다. 요즘 유행인 저속 노화를 컨셉으로 하는 지중해식 플래터를 내는 곳이었는데, 나라면 분명 좋아할 거라며 데려가 준 곳이었다.
브런치를 시작했다니까, 인별그램도 다시 하라며 팔을걷어붙인다. 보이는 게 전부인 그 공간에서는 내가 더 잘 보일 거라고 사진도, 센스도.
늘 나를 지나치게 평가절상해주는 친구답게, 오늘도 얘는 진심 반 농담 반으로 말한다. “너는 말이야, 차라리 취업이 안 됐으면 더 잘살았을거야.”
아니, 그게 칭찬이야 뭐야. ㅎ
남이 차려준 잘 차려진 음식을 먹고나니 김씨들이 눈에 밟힌다. 기다려, 오늘 나 힘 좀 준다.
요즘 맛있는거 뭐가 있을까 하는데 마침 라디오에서 감자 이야기를 한다. 감자를 채소로 보느냐, 곡류로 보느냐. 어느 급식에서 채소 비중을 높이라고 했더니 감자튀김을 그것도 냉동감자를 튀긴 걸 내놨다고 한다.
‘집에 감자 있나? 아 있지’
감자튀김이 땡기는데 라디오 내용이 자꾸 걸리네.
양파도, 토마토도 있고. 카레를 해야겠다. 감자는 웨지로 굽는걸로. 오늘은 시간이 많으니 양파를 오래 볶아 카라멜라이징하고 토마토를 넣어 곱게 갈아봐야겠다.
간만에 웍을 꺼냈다. 그냥저냥 한 끼 때우는 밥이 아니라는 생각에, 요리하기에 알맞은 냄비를 선택하는것 조차 즐겁다.
탄단지 밸런스까지는 못 맞추지만 저속노화 집에서도 한 번 해보자. 단백질 하나는 꼭 넣으려고 닭가슴살을 꺼냈다. 밥은 보리밥으로 나가구요. 그래야 뭔가 잘 챙겨먹는 사람 같거든.
올해는 양파 풍년이라던데 수분기 가득한 양파가 달큰하고 맛도 좋다. 흰양파는 카라멜라이징하고, 자색양파는 예쁘게 구워야지. 은행도. 인덕션에 중팬과 대팬을 예열한다. 중팬에는 채소들을, 대팬에는 케이준 시즈닝과 소금으로 간을 한 닭가슴살을 구웠다. 오늘 감자는 채소네.
우리집 김씨아저씨 퇴근시간에 맞춰서 짠 하려고 했는데 오잉? 현관 비번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뭐야 일찍오려면 연락 좀 해주지. 배가 너무 고프다며 냉장고를 열려다가 저녁 준비하는것을 보더니 참아야겠단다.
견과류 한봉지 먹고 기다려.
“어때, 나 오늘 힘 좀 줬어.”
김씨들을 식탁으로 불러 모으니 리액션이 혼자듣긴 너무 아까울정도다. 한명은 사진을 찍고, 한명은 플레이트에 담긴 재료들에 대해 조잘조잘 이야기한다.
그리고, 나 이렇게 잘 먹고 산다는 느낌을 담아 가족 단톡방에 음식 사진이 올라간다. 먹는 사람이 더 신난 풍경. 준비된 리액션 일지언정 이럴 땐 더 해주고 싶어진다. 내 체력 눈치 챙겨.
한참을 먹더니 이건 카레라기보다 스튜 같단다.
오.. 일리 있는데? 전분기 없는 커리파우더이기도 하고토마토가 3개나 들어갔으니, 사실 커리 양만 조절하면커리향 나는 토마토스튜라고 해도 무방하지모.
(이것저것 해먹인 보람이 있는 부분)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너무 그득그득 담았나보다.접시가 작네.
어쨌든,
친구 덕분에 약속한 목요일 미션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