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초등학교 첫 담임선생님
대여섯 살까지는 동네친구들과 노느라 정신이 없어 엄마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야 저녁을 먹으러 집에 들어오곤 하였다.
그만큼 친구들과 노는 것이 재미있었는데 일곱 살이 되니 노는 것도 그다지 재미있지는 않았다.
무엇인가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학교에 가기가 기다려졌다. 혼자 국어책도 읽고 쓰기도 하고 노트를 사서 숫자도 썼다.
펜도 쓰고 싶어 펜촉과 잉크도 샀다. 잉크를 찍어 펜으로 글을 쓰는 것이 무척 해보고 싶었다.
펜촉은 너무 힘을 주면 갈라져서 곧 못쓰게 되었다.
그래서 펜을 쓰는 요령도 생겼다.
우리 집은 오 남매라 그런지 "엄마! 공책하나 사게 돈 좀 주세요!"그래야 살 수 있었다.
아마 요즘 엄마 같았으면 책을 미리 다 사주고 선행을 시켰을 텐데 엄마는 무관심했다.
때가 되면 잘하겠지라는 믿음만 가지고 계셨다.
괜히 생긴 믿음은 아니고 큰오빠가 7살에 입학했는데도 혼자 알아서 공부하며 늘 전교 1등을 유지해 생긴 믿음이었다.
그래도 학교 들어가기 전에 한자로 내 이름과 아빠 엄마 성함 우리 집주소들을 다 썼다.
기다리다 보니 입학식이 다가왔다.
난 빨간 가죽책가방에 스케치북 크레용 연필 노트를 넣고 입학식에 깄다.
그때는 아이들이 코를 잘 흘려서 그런지 왼쪽 가슴에 손수건을 달고 그 위에 이름표를 달았다.
난 1학년 3반이 되었다. 분홍색 이름표를 달았다. 머리를 틀어 올린 예쁜 여자선생님이 담임선생님
이셨다.
처음 일주일간은 운동장에서 율동으로 첫 수업을 시작하였다. ""깡충깡충 뛰면서~"
그런대로 일주일간은 재미있게 보냈다.
그런데 교실로 들어가서 수업을 시작하니 너무 재미가 없었다.
매일 스케치북에 줄만 그리던지 물결무늬만 그렸다. 삼각형 동그라미 네모만 그렸다.
학교에 대한 흥미가 점점 사라졌다.
시간이 좀 더 흐르니 국어책을 읽기 시작을 했다.
선생님이 나를 시키면 나는 일어나서 큰소리로 읽었다. 다 읽을 수 있었다.
받아쓰기 시험도 보기 시작했다.
숙제도 내주셨다.
노트에 교과서 몇 번 써오기가 숙제였다.
난 집에 가서 공부를 하지 않았다. 숙제도 하지 않았다. 재미없었으니까,...
다음날 숙제 검사 때 숙제 안 해온 사람은 앞으로 나오라고 해서 손바닥을 자막대기로 맞았다.
나도 맞아 손이 아팠지만 숙제를 안 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집에서 매를 맞은 적이 없던 나는 오히려 때린 선생님께 원망이 갔다.
"숙제 좀 안 했다고 왜 때려? 말로 하지!"라고 생각했다.
다음부터는 숙제를 했다.
맞는 것은 기분이 나쁘니까....
하지만 공부에 흥미가 생긴 것은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남자애가 전학을 왔는데
모직으로 된 도리구찌 모자를 쓰고 검정코트에 칼라에는 검은 털이 달린 고급스러운 코트를 입은 잘생긴 아이였다.
선생님이 내 앞에 앉으라고 해서 그 아이와 친하게 지내게 되었다. 쉬는 시간에도 그 아이와 놀았다.
한 번은 그 아이의 모자를 벗겼더니 머리에 콩알만 한 흉터가 있었다. 그래서 모자를 벗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벗어도 돼."
라고 해도 그 아이는 벗질 못했다.
그 아이의 집은 우리 동네 공원 건물 안에 임시로 산다 했다. 이상하기 짝이 없었다. 공원에서 살다니...
받아쓰기를 할 때 그 아이가 못쓰고 쩔쩔매면 내가 살며시 보여주었다.
재미있게 1학년을 보내다 보니 그 아이는 다른 곳으로 전학을 갔다.
그리고 겨울 방학이 왔다.
이젠 학교를 안가도 돼서 신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