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발에 동상이 걸렸다.
어느덧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뽑기로 배정을 받는데 난 2번이었다.
6학년 담임선생님은 "넌 좋은 학교 될 거야!"
그래서 가까운데 될 줄 알고 기다렸다.
살고 있는 집에서 제일 가까운 ㅇㅇ여중이 될 줄 알았다.
발표하는 날 2번은 ㅇㅇ여중이라 했다.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다. 가까운 학교를 두고 40분이나 버스를 타고 다녀야 한다 해서 걱정이 되었다. "난, 차멀미가 심한데 어쩌지,.."
우리 작은 오빠는 "너, 큰일 났다. 거기 나쁜 학교야!" 내 마음은 더 심란해졌다.
나라는 무슨 일을 이렇게 하나?
갑자기 입시를 없애고 뺑뺑이로 바꿨으면 가까운 학교를 배정시키던지.....
짜증이 났다.
예비소집일이 있어 엄마랑 같이 갔더니 학교에선 말도 없이 4시간이나 시험을 보는 바람에 기다리던 엄마가 한소리 하셨다. 그러더니 그 성적으로 특수반을 뽑았다. "이번 학생들로 학교의 위상을 올려야 한다."라고 했다.
입학식 날이 되어 교복을 입고 끈 매는 파랑 운동화를 신었다. 학교 앞길이 진흙길인데 다행히 얼어있어 무리 없이 걸어갔다.
3월 초인데 날씨는 으스스했다. 아직 교복만 입기에는 추웠다.
아직 운동장은 얼어서 여기저기 얼음이 보였고 흙은 딱딱했다.
차렷하고 서있으라더니 나이 든 교장 선생님의 훈화가 시작되었다. 길고도 길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나는 건강을 위해 하루 만보씩 걷는다!"는 것이었다.
한참있다 보니 발이 시렸다. 서있던 곳의 흙은 질퍽하게 녹았다. 대신 내발이 얼었다.
그 일로 엄지발가락이 동상에 걸려 가렵고 피부색도 정상이 아니었다.
그냥 두자니 무서웠다. 발이 썩으면 어쩌지...
겨울만되면 도져 발가락색이 푸르뎅뎅하고 가려웠다. 무려 대학교 때까지 그랬다.
발을 보고 있으면 꼭 썩은 색이었다.
동상은 세포가 얼음 때문에 망가진 상태이다.
얼음은 부피가 커지면서 세포막을 찔러 파괴한다.
이 발이 독일에 가서 털이 든 부스를 신고 겨울 내내 발이 시리지 않자 저절로 얼음이 다 빠지고 정상이 되었다. 그 시절 우리나라에선 모양은 예쁜데 부츠가 털이 없고 얇아 발이 시렸었다.
동상이 사라진 내 발색이 신기해 보였다.
동상만 없어진 것이 아니고 편한 신발만 신었더니 티눈도 다 사라졌다.
오랜 기간 애를 먹이더니 저절로 다 사라져 준 것이다.
결혼을 하고 보니 그 교장 선생님이 우리 아버님 친구셨다.
세상 넓다는데 굉장히 좁은 것 같았다.
나에게 동상을 안겨준 교장선생님이 우리 아버님께는 나에 대한 칭찬을 안겨주었다.
우리 아버님은 너무 좋아하셨다.
교장선생님이 개인적으로 나를 아실 일이 없는데 무엇을 알고 칭찬했는지 모를 일이었다.
아버님이 돌아가시기 얼마 전 치매가 있으셨는데도 나만 보면 그 교장선생님이 칭찬한 말씀을 하셨다.
나도 모르는 칭찬의 효과는 대단했다.
치매도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