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만원 버스
차멀미가 심해 차를 못 타던 내가 아니 버스 뒤에서 나는 기름냄새만 맡아도 머리가 아파 누워야 했던 내가 중학교에 입학한 날부터 멀미가 싹사라 졌다.
마치 그 학교에 다닐 운명처럼 느껴졌다.
집에서 학교까지 40분이나 걸리는데도 멀미를 하지 않았다.
문제는 등교시간에 맞춰가면 그 방향에 학교가 많아 버스 안에서 숨쉬기도 어렵고 내리지도 못한다는 것이었다. 난 집이 멀어 일찍 타고 늦게 내리는 학생이었다. 그런데 우리 학교보다 늦게 내리는 학교들이 있었다. 우리가 내릴 때 잠깐 내려 길 좀 비켜주면 좋았을 텐데 어려서 그런지 그럴 여유와 배려가 없었다.
그래도 지각을 안 하려고 시간 맞춰 버스를 탔다. 만원 버스에서 "내려요. 내려요!" 소리소리 지르며 겨우 내렸더니 책가방의 손잡이가 빠진 적이 있어 가방을 끌어안고 학교에 갔다.
또 한 번은 내리는데 신발 한 짝이 벗겨지는 것을 느꼈는데도 고개를 숙이거나 몸을 굽힐 수가 없어 찾지 못하고 그냥 내려 실내화를 신고 학교에 갔다. 그러고 나면 맥도 빠지고 한심하게도 느껴졌다.
그나마 이것도 다행이고 버스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남의 학교 앞에 우르르 딸려 내린 적이 부지기수다.
그럼 터덜터덜 걸어 학교까지 가니 지각이었다.
그래서 등교 시간보다 5분 늦게 타봤더니 버스가 가질 않았다. 사람 태운다고 정거장마다 오래쉬고 안내양은 기사님 심부름으로 담배사러가 안 오니 나는 30분이나 늦어서 교문에서 벌섰다.
빨리 오는 것이 상책인데 난 일찍 일어나는 것을 좀 힘들어하다 보니 맨날 지각을 밥 먹듯 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담임선생님들은 뭐라 하지 않고 예뻐했다.
오히려 "힘들지?" 라며 위로해 주는 선생님도 계셨다. 아마 야단맞고 그랬으면 학교를 안 갔을 것 같다.
또 그 당시 버스들은 왜 그렇게 고장이 잦았는지 심심하면 뒤에 오는 버스로 갈아타야 했다.
그럼 사람이 더 많아 들어갈 수도 안내양이 차문을 닫을 수도 없었다.
그럼 기사아저씨가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아 사람들을 다 쓰러트렸다. 그러면 공간이 생겨 들어갔다. 사람이 아니라 짐짝이었다.
지금 그런 버스를 타야 한다면 안탈 것 같다.
어린 시절이라 학교에 가야 한다는 생각에 참고참고 이겨내려 애쓰고 타던 버스다.
우리의 환경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 참고 타던 버스다.
요즘은 나처럼 고생하며 등교하는 학생은 없어 보인다. 나아졌다는 의미라 여긴다.
일단 학교가 그리 멀지 않다.
난 불성실한 공무원 탓에 잘못 배치되었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