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학교가 폐교가 되다니!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수업시간인데도 선생님들이 복도에서 서로 수근수근하며 수업을 하시질 않았다.
우리 더러는 자습을 하라 하셨다.
왜 이러지? 선생님들이 진도도 나가지 않았다.
한 일주일 지나니까 우리 학교가 팔렸다는 말이 돌았다. 학교가 팔리다니....
우리 학교는 공립학교였는데 학생수가 줄어 운영이 힘들어져 기업체에 팔았다는 것이다.
나라가 장사하나?
그때가 나는 6학년 2학기 11월 말이었다.
말이 되나? 학생이 조금 있으면 졸업인데 학교를 팔면 우리는 어떡하지?
지금 같으면 부모들이 항의를 할 텐데 그때는 그러지 않았다. 부모들도 사느라 정신들이 없어 아이들은 주어진 환경에 알아서 적응해야 했다.
초등학교 입학 때는 5반이었는데 6학년이 되니 2반으로 줄긴 했었다. 동네가 을지로 입구라 살림집들이 이사를 가고 점점 사무실이 늘었던 때이다.
그래도 큰 충격이었다.
우리는 근처 초등학교로 전학을 간다 했다.
며칠간 공부를 할 수가 없었다.
며칠 후 "내일부터는 ㅇㅇ초등학교로 등교하라!" 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충격을 받았지만 날이 되자 남산 근처 학교로 등교를 했고 배정받은 반으로 들어갔다.
같은 학교에서 온 애들 6명이 같은 반이었는데
반에 들어가니 우리 자리는 맨뒤줄이었다.
왠지 차별받는다는 생각도 들고 무척 서러웠다.
전학을 간 그날은 토요일이었다.
그래서 오전 수업만 하고 끝나는 날이었는데 종례시간에 선생님이 "월요일이 월례고사인 것 알지? 준비들 잘하고 와!"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우리를 위해 시험범위를 알려주셨는데 다른 것은 괜찮은데 수학은 너무나 많이 차이가 났다. 우린 진도를 안 나간 것이었다.
같이 온 친구가 나보고 선생님께 우린 못 배워서 시험 못 본다고 말을 하라고 했다.
"어차피 난 이 학교를 다녀야 하니 여기에 맞출래. 그러고 싶으면 네가 말을 해! "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엄마라도 계셨으면 하소연을 했을 텐데....
시험준비를 하려고 수학책을 폈는데
100페이지 정도를 안 배웠다. 한숨이 나왔다.
오빠도 없는데 "모르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드니 서글프고 눈물이 흘렀다.
군에 간 오빠가 있으면 모르는 것을 다 알려줄 텐데....
눈물을 닦고 책을 혼자 보며 이해하기 시작하니 4시간 정도 지나니 다행히 다 끝났다.
"휴!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다.
월요일이 되어 학교에 가서 하루 종일 시험을 봤는데 내가 제일 잘해서 반 친구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러고 나니 학급친구들이 괜히 친한 척하고 담임선생님도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그래도 학교가 팔려서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야 했던 서글픔은 쉬 사라지지 않았다.
어느 날 전에 다니던 학교 근처를 갔는데 건물은 여전한데 친구들과 뛰어놀던 운동장도 여전한데 학교가 아니라 어떤 회사로 바뀌어 있었다.
아무리 어려워도 우린 졸업시키고 팔지....
6년을 다녔는데 한 달을 남겨놓고 다른 학교를 다니게 하다니....,
서울시에 대한 원망이 터져 나왔다!
못 살면 아이들에게 이래도 되는 건가!
그 시절은 부모는 몰라도 사회적으로 아이들은 중요한 존재가 아니었다.
아이들의 심정 마음의 상처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고 고려의 대상도 아니었다.
어른들에게 딸려가는 존재였다!
소중한 인격체가 아니었다!
그런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는 것인데
아이들의 상처를 살피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처사란 생각이 든다.
남의 학교 교정을 들어서던 모습이 아련하다.
맘속으로 내 학교라 느껴지기 전에 난 졸업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