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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세우는 시간

자존감 회복의 진짜 시작은 '나를 믿는 연습'에서 온다


지난 이야기에서 우리는 예상치 못한 상처 앞에서 자신을 지키는 연습에 대해 나누었습니다. 삶이 던져준 거대한 파도 앞에서, 때로는 자녀의 아픔 앞에서, 그 파도를 온몸으로 막아내고 내 안에 머무는 아이와 나의 중심을 지키려 애쓰는 일은, 온 마음과 정신을 다 쏟아야 하는 고독한 시간이었습니다.


그 고통의 시간을 통과하면서 깨달았습니다. 상처 앞에서 나를 지키는 힘의 근원에는,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하든 나 자신을 흔들림 없이 믿고 존중하는 단단한 뿌리가 필요하다는 것을요. 바로 자존감이라는 이름의 뿌리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이 자존감의 숲을 헤매는 여행자와 같습니다. 어떤 이는 태양 아래 무성한 잎사귀를 자랑하며 견고한 줄기를 뻗치지만, 어떤 이는 가늘고 여린 줄기 끝에 몇몇 잎사귀만 겨우 매달린 채 작은 바람에도 쉽게 흔들립니다. 자존감은 단순히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상황에 있든, 무엇을 가졌든, 어떤 실수를 했든, "나는 괜찮고 소중하다"라고 믿어주는 내면의 힘입니다. 이 힘이 부족하면 사소한 비난에도 무너지고,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며, 작은 실패 앞에서도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흔들리는 뿌리를 다시 단단히 심고 무성한 숲을 이루어낼 수 있을까요? 자존감 회복은 마법처럼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마치 겨울을 이겨내고 새싹을 틔우는 나무처럼 꾸준한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 과정은 우리 안에 머무는 아이를 이해하고, 그 아이에게 따뜻한 위로와 지지를 보내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1. 상처 인정과 이름 붙이기

나의 상처를 "나는 그때 이렇게 아팠구나"라고 솔직히 인지하는 연습입니다. 과거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아픈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 치유의 첫걸음을 떼는 것입니다. 자녀의 아픔 앞에서 무력감을 느꼈듯, 내 안의 아이가 느끼는 감정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입니다.


2. 스스로에게 부드러운 언어 사용

타인에게 관대하지만 자기 자신에게는 혹독할 때가 많습니다.

"그럴 수도 있지", "괜찮아,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어"와 같이 스스로를 다독여 주세요.

예를 들어, 현실에서 직장을 내려놓아야 하는 큰 좌절을 겪었더라도, "나는 잠시 회복의 시간을 가진 사람"이라 정의하며 내면 아이에게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주는 연습입니다.


3. 작은 성취를 발견하고 축하하기

자존감은 거창한 성공에서만 오는 것이 아닙니다.

매일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기, 식사 준비하기, 글 한 문장 쓰기 등 작은 성취를 스스로 칭찬해 주세요.

이 작은 경험들이 모여 내 안의 아이에게 "너는 충분히 해낼 수 있어!"라는 확신을 심어주고, 뿌리를 깊고 단단하게 만들어줍니다.



결국 자존감 회복은 '내 안에 머무는 아이'와 다시 연결되고, 그 아이에게 부모가 줄 수 있는 사랑을 스스로에게 베푸는 과정입니다. 과거의 아픔 때문에 숨어버린 아이에게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우고, "이제 내가 너의 편이 되어줄게. 너는 존재 자체로 소중해"라고 속삭이는 순간, 우리는 외부의 어떤 파도에도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중심을 되찾게 됩니다.


이 여정을 통해 우리는 타인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고, 나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됩니다. 내 안의 아이가 불안과 작별을 고하고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것처럼, 회복된 자존감은 우리를 진정한 나의 모습으로 세상에 세우는 힘이 됩니다.


상처 속에서도 나의 가치를 잊지 않고,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는 과정이 바로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자존감 회복의 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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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