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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앞에서도 나를 지키는 연습


지난 몇 주, 따스한 햇살이 세상을 감싸는 듯 보여도

저에게는 예상치 못한 삶의 거대한 파도와 마주해야 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몇 년 전 독립하여 자신의 삶을 꾸려가던 아들이

8월 12일, 유리체 망막 수술이라는 큰 아픔을 겪게 되었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이지만,

직장까지 잠시 접고 시력을 지키기 위해 하루하루를 견디는 모습을 보며

저는 오히려 제 안에서 잠자고 있던 어린아이를 만나야만 했습니다.


밤마다 아들이 잠든 뒤, 몰래 눈물을 흘리며

비 오는 날엔 우산을 쓰고 걸으며 마음속 불안을 흘려보냅니다.

그때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아들을 지키는 마음속에서,

나는 내 안의 아이도 함께 위로해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삶이 멈춘 듯한 아들을 바라보는 무력감 속에서

묻어두었던 내면의 어린아이가 조용히 울고 있었습니다.


그 아이를 다독이고, 숨 쉬게 해주는 일이

이 시간 내가 해야 할 가장 절실한 ‘나를 지키는 연습’이었습니다.


우리의 삶은 예측할 수 없는 파도와 같습니다.

때로는 잔잔하지만, 때로는 거대한 폭풍이 모든 것을 흔듭니다.


그때 내 안의 아이가 연약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작은 유리벽을 세우듯 나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상처 앞에서 나를 지킨다는 것은

거친 바람 속에서도 촛불을 지키는 일과 같습니다.

바깥의 말과 실망감에 흔들리더라도

내 마음속 유리벽이 있다면, 우리는 중심을 잃지 않고 빛을 지킬 수 있습니다.


상처를 ‘상처’로 인정하고,

“아, 내가 지금 아프구나. 내 마음이 힘들어하구나” 하고

솔직히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필요하다면 “잠시 쉬어도 돼”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내 안의 아이를 보듬는 첫걸음입니다.


상처 앞에서도 나를 지키는 연습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습니다.

무너지기도 하고, 여전히 울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럴 때마다 내 안의 아이와 손을 잡고

“괜찮아, 다시 연습하면 돼”라고 속삭이는 일입니다.



이 글을 통해, 여러분도

자신을 더 깊이 사랑하고

어떤 상처 앞에서도 내 안의 아이와 함께 중심을 지켜낼 용기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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