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의 입구
잠의 입구
의사가 어제 찍은 CT와 2달 전의 CT를 비교해가면서 남편의 상태가 많이 나빠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사의 말을 표현하자면 암세포가 뇌실을 점령하고 있으며 뇌압이 높아져 뇌의 주름이 다 펴져 있는 상태란다. 의사의 말의 심각성을 이해 못하고 있으니 그는 더 쉽게 말해준다. 이제 뇌가 암세포에 점령당해 멀쩡한 부위가 거의 없다는 뜻이라고. 남편의 상태가 악화돼가고 있는 것을 모르지 않았는데 의사의 말을 들으니 훨씬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사람이 잠을 안 자서 걱정이었는데 이제는 낮에도 밤에도 잠만 잔다. 그게 잠인지 아닌지도 구분이 잘 안 된다. 눈을 뜰 수도 숨을 내쉬기도 힘든 상황이라 저리 수면 상태에 빠져들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잠이라기보다는 고된 몸을 누이기 위해 무의식 중에 잠에 들기 위해 끊임없이 잠의 입구를 찾아 떠돌고 있는 중이리라.(2011년 4월 29일 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