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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상파 Sep 09. 2024

간병일기 80

잠의 입구

잠의 입구


의사가 어제 찍은 CT와 2달 전의 CT를 비교해가면서 남편의 상태가 많이 나빠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사의 말을 표현하자면 암세포가 뇌실을 점령하고 있으며 뇌압이 높아져 뇌의 주름이 다 펴져 있는 상태란다. 의사의 말의 심각성을 이해 못하고 있으니 그는 더 쉽게 말해준다. 이제 뇌가 암세포에 점령당해 멀쩡한 부위가 거의 없다는 뜻이라고. 남편의 상태가 악화돼가고 있는 것을 모르지 않았는데 의사의 말을 들으니 훨씬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사람이 잠을 안 자서 걱정이었는데 이제는 낮에도 밤에도 잠만 잔다. 그게 잠인지 아닌지도 구분이 잘 안 된다. 눈을 뜰 수도 숨을 내쉬기도 힘든 상황이라 저리 수면 상태에 빠져들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잠이라기보다는 고된 몸을 누이기 위해 무의식 중에 잠에 들기 위해 끊임없이 잠의 입구를 찾아 떠돌고 있는 중이리라.(2011년 4월 29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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