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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상파 Sep 15. 2024

간병일기 87

소변으로 젖은 옷

소변으로 젖은 옷


의사가 쉽게 말해, 방광 청소를 하는 거라며 오늘부터 약물 식염수를 오줌 줄을 통해 들여보낼 거라며 그 중 절반만 들어가게 하고, 나오는 소변 양을 봐서 잠가놓은 오줌 줄을 마저 풀어주라고 지시하고 갔다. 오줌주머니만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정작 소변이 오줌 주머니로 모인 게 아니라 소변 줄을 끼워 넣은 성기 부분으로 넘쳐버렸다. 남편의 기저귀며 환자복, 깔아놓은 신문, 침대커버까지 몽땅 젖었다. 거기에 대변까지 봐나서 대형공사였다.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돼 어떻게 할까 잔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마침 어머님과 아버님이 병실로 들어서셨다. 


커튼을 치며 옷을 갈아입혀야한다고 했더니 아버님이 병실 밖으로 나가셨다. 어머니와 마주보고 남편 옷을 벗기고 갈아입히는데 둘 다 안 해보던 일이라 몹시나 버거웠다. 남편 침대 맞은편에 계시는 아줌마가 나와 어머니가 끙끙거리는 것을 보고 도와줘서 침대 커버까지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일을 끝내고 숨이 차서 허덕거리고 있는데 어머님은 아픈 아들을 그 지경이 되도록 가만 뒀냐고 핀잔을 주셨다. 그리고는 가제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치셨다.


그런 어머니에게 아무 대꾸도 할 수 없었다. 보이는 것이 전부이니 어머니 눈에는 며느리가 아들을 방치해 놓은 것으로 보였을 것이니 말이다. 어머니가 그렇게 보시고 느끼시는 것을 탓할 수는 없지만 나는 속이 많이 상했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좀 모른 척 넘어가시면 안 되는 것일까. 이 상황에서 속 편한 사람이 누가 있다고 저토록 못마땅해 하실까. 당신 보시기에 이 며느리의 속은 아주 편해 보이신 것일까.(2011년 5월 12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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