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눈물

by 인상파

양파 눈물


월요일은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가 갑작스러운 방학에 들어간 날이었다. 아들 녀석은 선생님이 나눠줬다며 안내장을 내밀었다. 지정된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으라는 내용이었다. 마침 남편이 입원해 있는 병원도 해당되었다. 아이 손을 잡고 병원으로 가 남편 병실을 먼저 들렀다. 남편은 깊이 잠들어 있었고, 나는 잠시 그 얼굴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발길을 돌렸다.


아침 일찍 서둘러 갔더니 검진 순서는 금세 돌아왔다. 아들에게 충치가 있다고 했다. 검진이 끝나자 곧장 집 근처 치과로 향했다. 진료실에는 아이 또래의 학생들이 제법 모여 있었다. 보는 눈이 있어서였을까, 녀석은 충치 치료를 큰 저항 없이 받아냈다. 눈물이 고일 법도 한데 꾹 참으며 의젓하게 누워 있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진료실 의자에 앉기도 전에 벌벌 떨며 울고불고 난리를 피우던 아이였다. 그때는 일반 치과에서는 도저히 치료가 불가능해 어린이 전문 치과에서 비싼 진료비를 내야만 했다. 그런 아이가 이제 우는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씩씩하게 견뎌내니 기특하기만 했다. 아이는 어느새 성큼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내일부터는 2박 3일 동안 남편 곁을 지키는 날이다. 간병하는 동안은 어머님이 집으로 오셔서 아이들을 봐주신다. 그 덕분에 나는 안심하고 병실에 있을 수 있다. 아이들이 어머니 손에 맡겨져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모른다. 고맙다는 마음이 절로 든다.


집으로 돌아와 냉장고를 열어보니 마땅한 반찬거리가 없었다. 아이들을 위해 카레를 한 솥 해두기로 하고 햇양파를 꺼내 썰었다. 그런데 어찌나 매운지 눈에서 불이 날 지경이었다. 눈물 콧물 말이 아니었다. 내 눈은 유독 매운내에 약하다. 눈물이 도마 위에까지 떨어졌다. 문득 양파가 내 마음을 아는 것만 같았다. 차마 내색할 수 없었던 눈물이, 양파 덕분에 비로소 흘러나오는 듯했다.


그날 나는 원 없이 울었다. 양파를 써는 동안 쏟아진 눈물은 단순히 매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쌓이고 쌓여도 내색할 수 없던 삶의 무게, 남편을 향한 안쓰러움, 아이들을 향한 고마움, 그리고 나 자신에게조차 내보일 수 없었던 마음이 함께 흘러나온 눈물이었다. 햇양파는 봄의 땅에서 힘껏 자라나 나를 울렸고, 나는 그 눈물 속에서 겨우 마음을 씻어낼 수 있었다. (당신이 떠나기 전 5월 중순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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