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상파 Sep 15. 2024

간병일기 86

양파 눈물

양파 눈물


월요일은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가 깜짝 방학에 들어간 날이었다. 아들 녀석은 선생님이 나눠줬다는 안내장을 내밀었다. 지정된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으라는 내용이었다. 남편이 입원해 있는 병원도 해당되었다. 녀석을 데려고 병원으로 가 남편 병실을 먼저 들렀다. 남편이 자고 있어 금방 나왔다. 아침 일찍 서둘렀더니 검진 받는 사람의 차례가 금방 왔다. 아이에게 충치가 있다고 하였다. 검진이 끝나자 집 근처 치과에서 충치 치료도 마저 받았다. 치과에는 아이 또래의 그만 그만한 아이들이 꽤 와 있었다. 보는 사람이 있어 점잖을 떨려고 그런지 아이는 충치 치료를 별 저항없이 무난하게 견뎌냈다. 1년 전만 해도 진료실 의자에 앉기도 전에 벌벌 떨며 울고불고 난리를 피워 치료가 불가능했었다. 그래서 일반 치과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어린이 전문 치과에서 비싼 돈을 주고 치료를 받아야했다. 그런 아이였는데 우는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잘 참는다. 기특하다.


내일부터 2박 3일간 남편을 간병하는 날이다. 간병하는 날이면 어머님이 집으로 오셔서 아이들을 봐주신다. 그나마 어머님이 계셔 아이들을 맡기고 간병을 할 수 있으니 고마울 따름이다. 반찬이 없어서 카레를 한 솥 해놓으려고 햇양파를 써는데 보통 매운 것이 아니다. 눈에서 불이 날 정도다. 어찌나 매운지 눈물이 줄줄 흘러나왔다. 이 놈의 양파가 내 마음을 아는지 날 울린다. 햇양파 썰면서 원 없이 눈물을 흘렸다.(2011년 5월 11일 수요일)

작가의 이전글 간병일기 8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