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다.
거대하고 차가운 겨울바다 위를 뱃사공이 되어 건너가는 중이다.
어둡고 음울한 바다는 우울의 안개로 뒤덮여 도무지 앞을 분간할 수가 없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끈기 있게 노를 저어야 한다.
그렇게 어찌어찌 가다 보면 그 한가운데에 새해의 경계선이 국경선처럼 걸쳐있다. 거기만 넘어서면 겨울이 끝났으면 좋겠지만 저 너머로 어두운 구름이 드리운 수평선이 아직 멀다.
그래선지 금방 세운 새로운 각오와 결심들도 두꺼운 외투 자락 속으로 숨어들어 희미해지고 정신을 차려보면 일 년 중 사분의 일 정도는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겨울 가운데 숨은 새해의 시작은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서너 달은 우습게 지연될 수 있는 것이다.
겨울나기 준비 중 하나는 겨울의 좋은 점을 무덥고 습한 여름의 지독함과 비교하며 머릿속에 세뇌를 시키는 것이다.
가을이 사그라지는 지점에서 스멀스멀 멀미처럼 위장에서부터 올라오는 불안과 두려움을 떨치며 마음을 단단히 누르는 과정은 필수적인 겨울나기의 준비로 땔감 마련 다음으로 중요하다.
동적인 에너지를 갖추지 못하고 태어난 나 같은 사람은 겨울의 스포츠나 얼음낚시, 눈 축제 같은 거칠고 멋진 활동에도 참여할 생각이 안 나고 그저 방구석에서 이불이나 뒤집어쓰고 드라마나 보며 뒹굴거린다.
차라리 곰처럼 겨울잠이라도 자면 좋겠다.
하늘에 매달려 있기는 한데 영 신통찮은 태양의 무기력한 에너지에 한숨이 나오고 이 힘겨운 마라톤이 언제쯤 끝날지 나의 에너지 배터리를 점검한다. 끝에 남은 한두 칸이 깜빡이다 사라지면 꾹꾹 눌러왔던 우울이 기지개를 켜고 일어날 것이다.
아무래도 겨울은 나의 승률이 좋지 않기 때문에 조금 위험하다. 계절을 가리는 건 아니지만 밤이 길고 음습한 겨울이 좀 더 불리하다.
이 계절에 약간의 위로가 있다면 앞마당 새들의 수선한 움직임이다.
추워서 죽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굶어서 죽는 경우가 더 많다는 사실을 알고 시작한 겨울새 모이 주기.
작고 사랑스러운 새들의 생명력 있는 움직임이 만들어 내는 소란과 활기로 죽어있는 마당에 또 하나의 봄이 만들어진다.
나에게 상당히 용기를 주는 존재들이다.
어젯밤에는 겨울이면 유난히 반짝이는 별 하나의 위로를 받으며 잠이 들었다.
내가 겨울에 유난히 힘들어하는 걸 아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