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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참나무처럼

by Bellhoon


갈참나무는 온전히 제 잎을 가지지 못한다

숭덩숭덩 갉히고 뚫린 잎들은 옹이를 닮는다

뚫린 잎들은 바람을 받아낸다

잎 스치는 소리가 가늘고 서늘하다

하지만, 갈참나무는 우는 법이 없다


사랑은

그의 시간과 가시와 동행하는 거다

새벽녘 사라지는 별 같은 믿음이 아니라 칠흑 같은 바다와 함께 하는 등대가 되는 거다


사랑은

그의 상처와 슬픔도 만나야 하는 것을

제 가진 것 하나하나 내어놓고 견디는 것을

차비를 내듯 이렇게 지불해야 하는 것을


갈참나무는 몸으로 배운다


마음이 아픈 것은 마음을 주었기 때문이다

사랑이 아픈 것은 그가 그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상처받지 않는 사랑은 푸른 지구엔 없다

내어주고 아픈 것은 사랑뿐이다


그런 그와 이별한다는 것은

다시, 그보다 날 더 사랑하게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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