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프랭크(로버트 드니로)와 4 자녀의 이야기입니다.
에브리바디 파인(2009년)의 네이버 평점은 9.83이네요. 파인을 우리말로 잘 지내다, 혹은 행복하다. 정도가 되겠는데요, 이 가족이 영화 제목처럼 정말 파인한 건지, 파인하지 않다면 왜 그런지, 어떻게 하면 파인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버지, 프랭크가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있습니다. 의자와 테이블도 정원에 내다 놓고 최신형 바베큐 기구도 마련합니다. 즉석 수영장 튜브에 바람을 넣어 물을 채우고 고기도 사지요. 특등급으로요.
이번 주말에 아이들이 온다고 4명이 모두 한자리에 함께할 거란 말이지 4명 모두 말이야
우리 아이들에게 특별한 감동을 주고 싶소
그때 아들 로버트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집에 갈 수 없게 되었다고 합니다. 곧이어 두 딸 에이미와 로지(드류 베리모어)도 죄송하다며 같은 소식을 전합니다. 큰 딸 에이미는 데이비드의 불참 소식도 전해 줍니다. 4명 모두 약속이나 한 듯 못 온다고 합니다.
프랭크는 여행 가방을 쌉니다. 너희가 오지 않으면 내가 간다 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깜짝 방문하기로 합니다.
아버지는 떠나기 전에 주치의를 찾아갑니다. 폐 질환을 앓고 있거든요. 아버지는 평생을 전선 줄 을 코팅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 일을 하느라 얻은 직업병입니다. 주치의가 여행을 만류합니다.
-프랭크자네는 그 많은 세월 동안 화학 비닐를 마셔왔어
-아내는 항상 가족들의 안부를 묻고 서로를 신경 써 왔어
이젠 내가 할 일이네
아버지는 장남 데이비드에게 가기 위해 뉴욕 행 기차를 탑니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옆에 앉은 사람에게 전선 줄을 가리키며 전선줄 의 비닐 코팅이 자기 작품이라고,
4 자녀가 지휘자, 예술가, 댄서, 광고회사의 중역이 되기까지 300킬로미터의 전선 작업을 했다고, 자랑을 합니다.
아버지가 자신과 자녀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지요.
여기까지는 더없이 파인입니다.
아버지가 드디어 뉴욕에 도착했습니다. 장남 데이비드의 아파트에 초인종을 누릅니다. 기척이 없네요.
집주인의 도움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지만 현관문은 잠겨있습니다.
아버지는 착잡한 마음을 안고 다음 목적지로 향합니다. 버스를 타고 시카고에 살고 있는 에이미네 집으로 갑니다.
에이미는 아버지의 갑작스런 방문에 당황합니다.
아버지는 에이미와 사위와, 손자와 함께 식사를 하는 동안에 딸의 가족에게 심상치 않은 기류를 느낍니다. 사위 제프는 3개월 전에 이 집을 떠났고 그런 제프에게 손자 잭은 불만이 불만이 많지만 에이미가 그 사실을 숨기고 있지요.
아버지는 에이미네 집에서 하루 이틀 머물렀다 로버트에게 가겠다고 하지만 에이미는 이런저런 핑게를 대며 사정이 있으니 다음번에 시간을 맞춰보자고 합니다.
아버지는 광고회사에서도 잘 나가는 것 같고 회사에서 인정받으며 모든 게 좋아 보이지만 딸이 잘 지내는 것 같지는 않아서 물어봅니다.
-행복하니?
-네 물론이에요
아버지는 로버트가 있는 덴버 행 기차를 타고 가며 창밖으로 전선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습니다.
'나는 평생 전선 피복 코팅하는 일을 하며 아버지로서 책임을 다했어.
1등이 되라, 최고가 되라고 가르쳤고 아버지 공경에 대해서도 할 만큼 했고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하는 아들이 되라고도 했지, 아이들도 내 말을 듣고 잘 따르고 있는 줄 알았는데 내가 모르는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아.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아버지는 아들 로버트가 리허설을 하고 있는 공연장에 들어와 아들이 연주하는 모습을 지켜 봅니다.
허걱, 지휘자라고 알고 있는 아들이 북을 치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난 내 아들이 지휘하는 것을 보고 싶구나.
-나중에 설명해 드릴게요
타악기가 자기에게 잘 맞다고 이야기하는 아들에게
"다시 공부를 시작하면 내가 더 도와 줄 수 있다." 며 지휘자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합니다.
아들과 며칠 같이 있다가 가고 싶어하는 아버지에게 로버트는 유럽으로 가야한다며 죄송하다고 말합니다. 아버지는 아들이 행복해 보이지 않습니다.
-행복하니?
-네 행복해요.
아버지는 라스베가스로 갑니다. 막내 딸 로지한테요
라스베가스행 기차를 타려고 하는데
노숙자 청년을 보게 됩니다. 아버지는 아이가 걱정되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돈을 건넵니다.
돈을 받고 인사도 없이 그냥 가는 부랑자에게 한마디 하지요.
내가 돈을 주었으니 고맙다고 해야지.
그런데 그 말이 화근이 됩니다. 부랑자는 기분 나빴는지 갑자기 홱 돌아서서 아버지에게 달려듭니다. 둘이서 실랑이를 하는 도중 약통이 떨어지고 부랑자는 떨어진 약통을 밟아서 으깨버립니다.
로지가 아버지와 함께 대기 시킨 리무진을 타고 아파트로 가는데 둘 다 표정이 밝지 않습니다.
아버지는 로지가 보여준 리무진과 커다란 아파트, 친구의 아기라고 돌보는 아기, 모두 가짜인 것을 눈치챕니다
난 내일 떠날 거다. 약도 떨어지고 가야 해, 비행기로 돌아갈까 해
아버지는 로지와 식사를 하며 솔직하게 말합니다.
난 너희들을 알 수가 없구나
엄마한텐 모든 걸 얘기하면서 나에겐 아무 얘기도 안 하지
엄마와는 매일 통화 했잖니?
로지도 솔직하게 말하지요.
단지 엄마가 얘기하기 더 편했고 아빤 항상 모든 게 완벽하지 않으면 걱정을 많이 하셨잖아요?
엄마는 잘 들어주는 편이었다면(굿 리스너) 아빠는 주로 말씀하는 쪽이셨죠(굿 토커)
아빤 좀 강요를 많이 하셨어요
공항에 서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 너무나 쓸쓸해서 눈물이 다 나올 지경입니다.
로지도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봅니다.
결론적으로 아버지의 눈에는 아이들 모두가 파인하지 않습니다.
내가 원했던 건 그저 좋은 아버지가 되는 거였어.
그런데 무엇이 잘못된 건지 이 때까지 알아채지 못합니다. 모두가 파인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더 있어 보입니다.
아버지는 집으로 가려고 비행기를 탑니다. 그런데 약을 제대로 먹지 못한 아버지는 비행기 안에서 심한 호흡 곤란을 겪지요. 생사의 기로에서도 아버지는 아이들만 생각합니다.
영화에서 아버지가 어린 자녀들과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펼쳐집니다. 아버지가 말합니다.
너희 나한테 거짓말 하는 거지? 하며 에이미, 로버트, 로지 각각의 아이들에게 자기가 본 것에 대해 어찌 된 것인지 말해보라고 합니다.
에이미에겐 그녀의 남편 제프와 어찌된 사인지, 로버트에겐 왜 자기와 하룻밤도 있기 싫어했는지, 로지에겐 너가 친구 아이라고 돌봐준 아이는 실은 너의 아이지? 라고요.
내가 널 이렇게 걱정하는데
부모를 공경할 줄 알아야지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늘 하던 말을 되풀이 하지만
놀랍게도 여태 하지 않던 말을 덧붙입니다.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니?
아버지가 깨어나 보니 현실에서도 비가 쏟아지는데 아버지가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가고 있습니다.
아버지 옆에는 에이미와 로버트, 로지가 침대 옆에 걱정스런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너희 모두 문제가 있는 것 다 안다
애기 해 주렴.
나도 엄마처럼 받아들일 수 있다
아버지가 달라졌어요.
엄마와 같은 굿 리스너가 되었습니다.
자녀들도 그제야 있었던 일을 솔직하게 털어 놓습니다.
데이비드가 약물 과다 복용으로 멕시코에서 죽은 것과
그 일로 에이미가 멕시코에 가는 바람에 아버지를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아버지 서럽게 울다가 데이비드를 생각하며 잠이 듭니다.
그리고 꿈속에서 데이비드와 화해를 하지요.
데이비드, 네가 무얼하든 나는 네가 자랑스러울거다
집으로 온 아버지는 아내의 사진 앞에서 말합니다.
아주 값진 여행이었어
이제 아이들에게 더 이상 요구를 하지 않을 거야
아이들이 행복하다면 그걸로 나도 행복하거든
가끔 당신이 우리들에 관해 무언가 자세히 얘길 할 때
좀 더 귀 기울여야 했는데
난 그저 흘려들었어
아버지가 굿 토크에서 굿 리스너가 되었을 때 비로소 모두가 파인합니다.
아버지와 아이들 사이를 이어주던 아내 대신 아이들과 직접 소통하려면 아내처럼 굿 리스너가 되어야 할 것 같은 데 사람이 쉽게 변하지 않지요. 아내가 죽고, 몸이 아프고, 자식들이 거짓말을 하고, 부랑자에게 약통이 짓밟히고, 심장마비가 와서 숨을 쉴 수가 없게 되었을 때에야 아버지는 비로소 자기 생각을 내려놓습니다.
아버지가 변하니 모두가 편안합니다.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넘나 아름다운 집 위에 쳐진 전선 줄이 굿 리스너가 된 아버지를 추켜 세우는 듯 합니다.
드니로를 비롯해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덕분에 아버지와 자녀들이 마치 우리 주위에 어떤 사람들처럼 친근하게 다가온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