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질문을 해야 해. 상대의 눈을 피하지 마. 그것은 그 사람에게 자신감이 없다는 인상을 줘. 첫 만남에 국밥은 좋지 않아. 이빨에 뭐가 많이 끼어. 문자를 보내고 답장 하나에 전전긍긍하지 마. 헤어지고 아파하지 마. 아프다고 한들, 시간이 해결해 줄 거야. 지난 사랑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한 준비 과정이야. 너는 더 성숙해질 거야. 성숙해져서 좋은 사람이 되면 언젠가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어 있어.
그래, 나는 경험을 통해서 이런 것들을 배웠어. 하지만 말야, 나는 새로운 사랑을 하기 위해서 사랑하지 않았단다. 후배들이 내 앞에서 뚝뚝 눈물을 흘릴 때에 나의 깊숙한 그리움과 아픔을 통해서 그들을 위로하고 또 술을 따라줄 때에도. 나의 그리움과, 하루하루 뒤바뀌는 마음과, 온갖 종류의 부끄러운 애증과, 술 취한 날의 받지 않는 수화음과, 마지막으로 이별할 때의 뒷모습과 같은 것들은 결코 내가 진심을 담아해줄 수밖에 없는 그런 위로를 위해서 있었던 게 아니었던 거야. 나의 아픔은, 나의 성숙은 그들을 위한 한갓된 위로를 위해 만들어졌던 적이 없었어.
하지만 말야, 네가 여기서 울고 있을 때, 그 모든 것들은 순식간에 수단이 되어 버려. 우는 사람 앞에서 해줄 것이 아무것도 없었던 그런 허망한 마음에 나는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게 되어 버렸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파할 때, 나는 나의 모든 과거들은 이 순간을 위해서 자라왔고 또 그래서 함께 떨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해줄 말이 없을 때에는 그냥 옆에 잠자코 있어주는 게 좋아. 함께 슬퍼하되 함께 불안해하지 마. 할 것이 없으려거든 손수건이라도 꺼내 줘. 그리고 또 해줄 말이 없다는 것이 슬프다는 것을 이야기해.- 이런 모든 말들은 한 번도 너를 위해서 알게 된 것도 아니고 오직 실패한 모든 상황들 때문에야 있었던 것이야.
내 모든 지난 모든 지난 사랑은 한 번도 새로운 사랑을 위해서 사랑했던 적이 없었어. 그것은 한 번도 너를 위한 적이 없었어. 그러나 이제는 아픔으로 빚은 모든 것을 네게 줄게. 내 과거의 모든 것들을 한순간에 도구로 만들어, 눈물 하나하나에 위로할 수 있는 그런 사랑을 네게 줄게."
그렇게 말하던 사람은, 피곤하지만 아파 보이지는 않았다. 지친 사람은 피곤한 사람이지, 아픈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그런 피곤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천천히 껌벅 거리는 그 눈은 곧 잠에 들 것 같았으나, 꺼풀의 주기는 늘어나지도 줄어들지도 않고 떨림 없이 나를 응시하였다. 나는 고개를 아래로 떨구었으나 그 시선과 눈 깜박임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의 사랑은 언젠가 또 아픔으로 사용되는 날이 찾아올까. 그리고 또 어느 날에 그 아픔으로 누군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 괜찮다, 괜찮다, 나도 그런 날이 있었단다 - 그리 말하며. 내가 결코 위로할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마음을 살며시 속여가며, 다 아는 것처럼 말하면서, 사실은 아직도 남아있는 나의 아픔을 몰래 감추고서는 - 나를 보렴. 이제는 끄덕 없지 않니 - 그렇게 말하게 되는 그런 날이 찾아올까.
그런 날이 찾아온다 하여도, 우리의 사랑이라는 것은 그 무엇도 목적하지 않고, 오로지 이 게임만이 되어야 하는 그런 게임이고, 오로지 이 게임이 마지막 게임인 것처럼, 그렇게. 너는 한 번도 나를 위한 적 없는 그 아픔으로 내 눈물을 닦아 주었다.